책과 사람을 이어주고, 공유의 가치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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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을 이어주고, 공유의 가치를 더하다
3.서구 ‘서점 잇다’
  • 홍봄 기자
  • 승인 2019.11.05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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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30분이면 서울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내 집 앞이 아니고서는 서울의 그 어떤 공간보다 좋다고 느끼기 어려워요. 규모가 큰 거점공간보다는 동네 곳곳에 있는 공간들이 잘 운영되는 것이 청년들이 이용하기에도 좋고 다양성도 있지 않을까요?"

서구 ‘서점 잇다’의 이우택 대표.
서구 ‘서점 잇다’의 이우택 대표.

인천시 서구 검암동의 한적한 동네에 간판도 없는 작은 서점이 있다. 책이 진열된 것으로 보아 서점이 분명한데 한편에는 창작자들이 상주하는 공유공간이 자리했고, 주민들이 모임을 위해 편하게 드나들기도 한다. 

‘서점 잇다’의 이우택(32)대표는 이 공간을 책과 공간, 공유, 모임이라는 4개의 단어로 표현했다. 3년 전 독서모임을 운영하던 그가 공간에 대한 고민 끝에 만든 것이 ‘서점 잇다’다.

"문화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도저히 해결할 곳이 없었어요. 결국 모임 회원들끼리 돈을 모아 상가에 비어 있는 공간을 임대해서 쓰기로 했죠. 그러다 보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어요. 서울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많은데 여기는 왜 없을까 부럽기도 했고요." 이 대표는 ‘서점 잇다’의 시작을 이같이 회상했다.

독서모임 전용으로 수년간 공간을 쓰다 보니 ‘동네에 갈 곳이 없다’는 주변의 호소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검암동은 주말이면 상가가 다 문을 닫고 평일에도 마땅히 갈 곳 없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이었다. 놀거리나 즐길거리가 없고 청년들끼리 만날 수 있는 계기도 마땅치 않았다. 문화공간에 대한 공통적인 갈급을 느낀 그는 퇴근 후나 주말에 조금씩 주민들을 위해 공간을 열기 시작했고, 지난 7월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서점 잇다’에 진열된 책들.
‘서점 잇다’에 진열된 책들.

이 대표는 "검암동은 인천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서구에서도 청년 비율이 높은 곳인데도 청년들이 갈 만한 곳이 없었다. 특히 1인가구 청년들은 여가생활을 보낼 공간이나 사람을 찾으려면 다른 동네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동네 주민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점 잇다’에서는 공간의 정체성에 맞게 심야책방이나 북토크, 독서모임 등을 기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대관을 통해 영화 모임이나 취미 소모임 등도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젊은 엄마’들을 위한 모임이다.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 중에는 30대 청년이 많다. 이들은 사회적 규정이나 나이로 봤을 때 분명 청년에 속하지만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소외되는 일이 더 많았다. 젊은 엄마들이 서로를 다독이며 책 읽는 여유를 갖자는 취지로 시작한 ‘수요일 다독다독’ 모임은 세 달째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모임.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모임.

그는 "젊은 어머니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저학년 자녀들이 유치원이나 학교를 간 오전 두세 시간밖에 없다. 멀리 가거나 무엇을 하기에 힘든 시간인데, 청년이기도 한 어머니들이 모여 잠시나마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언제든 편하게 올 수 있도록 한두 명이 모이더라도 모임은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서점 잇다’에서 ‘공유’의 키워드는 창작자들을 위해 열어 둔 입주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 ‘서점 잇다’는 코워킹 공간에 4개의 고정석을 만들어 저렴한 공간으로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프리랜서나 경력단절 여성 중 창작을 위해 지속적인 작업공간이 필요한 이들이 이곳에 입주한다. 지금은 그림과 디자인, 소설 작업을 하는 입주자들이 들어와 있다. 이들은 ‘서점 잇다’ 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하기도 하고, 협업을 통해 상품을 제작하거나 원데이 클래스 등도 진행할 수 있다. 야간 작업을 많이 하는 창작 특성을 고려해 입주자들은 서점 운영시간 외에도 24시간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입주공간 역시 갈 곳이 없다는 청년창작자의 고민이 ‘서점 잇다’ 구상단계에서 반영된 결과다.

와인 강의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와인 강의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서점을 열기 전 고민하는 과정에서 동네에 사는 창작자에게서 작업할 공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일 꾸준히 작업을 해야 하는데 카페 말고는 마땅치가 않다.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는 예술가나 프리랜서들은 작은 책상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그 공간도 찾기가 어렵다. 특히 24시간 쓸 수 있는 곳은 더 없다. 청년창작자들은 주로 야간에 작업을 많이 하는데 운영 편의상 밤이나 주말에는 닫아 버리는 곳이 많다"며 아쉬움을 말했다.

책과 청년, 주민, 젊은 엄마, 입주공간, 동네 서점, 문화공간…. ‘서점 잇다’를 둘러싸고 새롭게 떠오른 이 단어들은 조금씩 주위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공간이 간절했던 이들은 대관이 가능한 곳이 생긴 것만으로도 반가워하고, 사람을 만나고 싶던 이들도 ‘서점 잇다’의 존재가 고맙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서점 잇다’를 표현하는 단어들로 모든 청년공간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양한 청년과 그만큼 많은 필요들이 있기 때문에 획일화된 공간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 거점공간으로 새로 조성되는 곳들이 아쉬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자리나 창업을 목적으로 한 청년공간은 당장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 가게 되죠. 규모가 크다 보니 조성비나 운영예산이 많이 들어 확장에 한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에서 만들어진 공간은 제각각 특징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요. 때문에 청년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동네에 있는 작은 공간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임대료나 모임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공간의 특성을 같이 고민해야 해요. 서점을 운영하는 청년에겐 책을 지원하고, 음식을 매개로 공간을 운영하는 청년에겐 또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지속할 수 있는 지원책을 찾는 방향으로 말이죠."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협업 공간’.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협업 공간’.

정식으로 문을 연 지 6개월이 채 안 된 ‘서점 잇다’의 목표는 처음 계획한 그대로 사람들이 이 공간을 써 주는 것이다. 책과 공간, 공유, 모임을 제공하는 ‘서점 잇다’에 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주길, 동네에 공간이 없다고 하지 말고 존재를 알아주길, 창작자들이 카페를 전전하면서 작업하는 게 아니라 편하게 이용해 주길, 다양한 청년공간들이 뿌리내리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자리잡아 이 동네에 오래 남아 있어 주길 바란다는 주민들의 말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우택 대표는 "‘서점 잇다’는 주민 모두를 위한 곳이다. 동네 주민들이 모임공간이 없어 구월동이나 서울까지 나가야 하는 일이 없도록 이곳을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집 근처에서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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