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현 인천지방법무사회 회장
정종현 인천지방법무사회 회장

국민 평균소득 3만 달러에 살고 있는 요즘, 세상을 살면서도 검찰청은 고사하고 법원에 한 번도 안 가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사는 시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경기 하강국면에 들어선 경우에는 살기가 퍽퍽함을 느끼고 지내는 분들이 많을 듯하다. 그렇다 보니, 법원과 검찰, 경찰서, 소비자보호원 등에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증가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가 있다. 

오늘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람과 신용을 잃지 않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소한 금전거래에서 발생하는 불화는 어쩌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방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시민들이 본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실제 주변에서는 친구 또는 가까운 이웃끼리 절대 돈거래는 하지 말라는 것이 마치 금언처럼 회자되지만, 실은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에게서 급전을 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돈을 빌려 주는 사람이 대부분 통장으로 입금을 하면 명확한 근거가 남는 것이니 어떤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돈을 돌려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히 부주의한 경우로 나중에 법적 조치를 하는 경우에 불충분한 증거로 인해 종종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응당 돈을 빌려주면 금융기관에서 주로 언급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기보다는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같이 친구나 가까운 지인들 사이에는 이마저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 같은 금융거래만으로는 돈을 빌려 준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하고, 그야말로 돈을 그저 보내줬다는 증거에 그칠 뿐이다. 현금으로 빌린 돈을 도리어 갚았는지, 아니면 그저 돈을 증여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돈을 실제로 빌렸는지 등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을 빌려 줄 때는 송금 영수증 외에도 간단한 차용증을 꼭 받아 둬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빌려준 금액과 돈을 돌려 받아야 할 시기, 또는 한 번에 갚을 것인지,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받아야 할 것인지, 이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특히 놓치기 쉬운 것이 있는데, 나누어서 갚을 때에는 반드시 1회 또는 2회라도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않을 때에는 나눠서 갚는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여기고, 남아 있는 변제액 전액을 갚아야 한다는 조항을 반드시 넣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가리켜 기한의 이익 상실이라고 한다. 돈을 갚을 시기 즉, 변제기를 정하면 그 시기까지 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약정이다. 이는 채무자에게 유리한 이익이라 하겠다. 

그런데, 나눠서 갚아도 된다고 할 때 즉, 분할상환 시 일정 기한만 갚다가 안 갚으면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각 분할 시기마다 갚으라고 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채권자에게는 가혹한 일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렇게 갚지 않는 채무자까지 법이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기한의 이익상실 규정을 두게 된 것은 불성실한 채무자에게는 채무전액을 갚도록 심리적 압박은 물론, 채권자에게는 전액을 한 번에 청구할 수 있는 법적인 보호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차용증을 쓰기가 힘들다면 다들 하나쯤 갖고 있는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이용해 녹음을 해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된다. 이미 돈을 빌려 줬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대화 내용을 녹음하더라도 현행법으로는 합법이다. 다만, 법이란 자주 바뀌므로 금전거래 사실을 문서화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 증거보전 방법이라고 하겠다. 

흔히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한다면, 신용에는 기한의 이익이 있는 것이다. 금전거래를 하면서 이렇게 조금만 주의한다면 사람 잃고 돈 잃는 경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서로에게 믿고 사는 신용사회가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