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락부. /사진 = 기호일보 DB
제물포구락부. /사진 = 기호일보 DB

지난해 맥주와 커피 판매 계획으로 뭇매를 맞은 옛 제물포구락부가 이번에도 ‘커피’ 때문에 시끄럽다. 

 상업적인 카페 대신 체험 프로그램으로 형태가 바뀌긴 했으나 운영 과정에서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5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달 말께 중구 개항장 문화재 시설인 옛 제물포구락부를 3년 동안 위탁관리·운영할 단체를 모집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제물포구락부의 기능 전환을 계획하고 올 한 해 동안 단기 위탁을 통해 역사·강연·공연이 어우러진 렉처콘서트 등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는 문화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였지만, 강연·공연이 있을 때를 빼면 여전히 공간 활용이 저조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시민의 이용’에 초점을 두고 기능 전환을 추진한 시는 보완책을 고민한 끝에 커피 문화 체험을 더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제물포구락부에 편한 의자를 놓아 쉼터를 조성하고, 방문객들이 커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구상이다. 문화재라는 점을 고려해 조리시설 등 별도의 시설 없이 핸드드립 체험으로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익을 내기 위한 판매는 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위탁공모 자격도 기존의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단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범위를 확장하기로 했다.

 시는 상업적인 카페 조성과 전혀 다른 계획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용객을 늘리기 위한 커피 체험에 무게를 싣다 보면 본연의 기능인 박물관이나 공연·전시 쪽이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커피를 활용한 문화 기획에 강점을 가진 사회적 기업이 동시에 역사문화 분야까지 아우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맹점도 작용했다. 문화재 활용에 초점을 둔 문화재형 사회적 기업 등의 제도가 있으나 인천은 아직 등록사례가 없다. 

 또 공공 인프라인 제물포구락부가 커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개항장 일대의 카페 등 민간영역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형숙 중구의회 의원은 지난 1일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시민 활용도를 높일 개선책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현재 경직된 운영을 개선할 다양한 방법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사회적 기업 등에 운영권을 넘긴다면 다양한 복합역사문화공간의 활용가능성이 차단될 수 있다"며 "제물포구락부가 정체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피는 물론 야간 개장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가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커피 체험뿐 아니라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사회적 기업의 참여는 문화재 활용사업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계기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인천시나 문화기관이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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