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일
스탠리 피시 / 월북 / 1만3천800원

우리는 매일 문장을 읽고 쓴다. 보고서, 기획안, 소설, 기사부터 SNS 게시물, 메일, 개인 톡까지. 자신의 생각을 한 편의 글로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미덕을 실천하는 일이 됐다. 가짜가 만연한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팩트’를 넘어 ‘진실’을 담은 글을 쓰는 일은 모두의 욕망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한 문장이라도 나답게 잘 쓸 수 있을까?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비평가이자 법대 교수인 저자 스탠리 피시는 ‘문장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문장은 생각을 담은 최소 단위이며 가장 핵심 단위이므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좋은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문장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뛰어난 문장을 많이 읽고, 왜 뛰어난지 알아내고, 그런 문장을 쓰기 위한 모방 훈련을 지속하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제인 오스틴, 피츠제럴드, 존 업다이크, 허먼 멜빌, J.D. 샐린저,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등 형식미를 갖춘 거장들의 문장을 분석한다. 건조하고 투명해서 ‘간단해’ 보이는 우화의 대가 헤밍웨이, 느슨하지만 세밀한 통제를 거친 문체의 대가 버지니아 울프, 첫 문장 하나로 전체를 끝장내 버린 제인 오스틴, 끝까지 신비로운 인물 개츠비를 묘사한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문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글쓰기 가이드다. 

 책에서는 첫 문장, 마지막 문장, 종속과 병렬 문장, 풍자 문장을 쓰는 법을 체계적으로 알려 준다.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넓은 범위의 3가지 기본 형식, 즉 종속과 병렬과 풍자 형식의 문장들을 예로 들며 그 문장들의 기법을 꼼꼼히 해설한 후 그 기법을 모방해 보라고 제안한다. 문장의 개념부터 각종 문장 형식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쓰는 법까지, 글쓰기 방법이 단계별로 나와 있다. 

 다만, 저자의 문장 강의는 그 효과가 확실한 요령이나 팁을 제시하는 가이드북이나 매뉴얼이 아니다. 그 문장이 왜 인상적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문장을 읽는 안목’을 키워 주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문장 쓰는 힘’을 길러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실용적인 글쓰기 지침서이자 아름다운 문장들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서이며, ‘텍스트 생산자’로서 독자를 위한 독서법 책이다.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 내고 싶고, 자기만의 문장을 쓰고 싶은 독자라면 거장에게 배우는 매혹적인 문장 강의를 권유한다.

십팔년 책육아
김선미 / 알에이치코리아 / 1만4천800원

책 「십팔년 책육아」는 사교육에 휘청거리는 엄마들의 정신줄을 붙드는 멱살잡이 협박 에세이이자 18년간 온몸으로 겪고 부딪치고 뚫어가며 써 내려간 책육아 임상실험 보고서다. 

‘책육아의 대모’ 하은맘이 말하는 책육아는 다른 어떤 사교육도 시키지 않고 널널한 시간 속에서, 엄마 옆에서, 자연 속에서 실컷 뒹굴고 놀면서 온전히 책과 함께 커 가는 육아법을 말한다. 

이렇게 큰 아이는 바른 인성, 넓고 깊은 지성, 풍부한 감성은 물론이고 공부머리마저 장착돼 사교육 없이 수능마저 뚫어 버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책육아로 아이는 학원, 학습지 근처에 얼씬하지 않고 만 16세에 연세대 정시 최초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책에는 까꿍이 육아부터 대입 수능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18세 딸 엄마의 생생한 경험담이 스타 강사다운 톡 쏘는 입담 속에 녹아들어 있다. 또 18년간 책의 바다를 실컷 헤엄치던 아이가 직접 건져 올린 추천 도서 리스트를 풍성하게 담아 책육아의 시작은 물론 심화 과정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판타스틱 과학클럽
최지범 / 스윙밴드 / 1만4천 원

과학지식을 쉽게 설명하는 대중교양서는 많지만 진지하게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은 의외로 드물다. 과학을 지식체계로만 접근할 뿐, 과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숙고해 보도록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한 막연한 인상만 남기는 비유로는 깊이가 부족하고, 또 그저 쉽기만 해선 과학지식의 실제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쉽고 명쾌하되 부분과 전체가 고루 담긴 과학책. 거기다 재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책 「판타스틱 과학클럽」은 과학의 5개 분야인 과학철학, 수학, 물리학, 컴퓨터와 인공지능, 생명과학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다룬 과학책이다. 그러나 동시에 판타스틱한 과학소설 시리즈이기도 하고, 과학적인데다 시사적이기까지 한 유머집이기도 하다. 저자는 현대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과학 분야는 물론 과학지식 자체의 속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주제들을 참신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각 과학 주제를 배경지식으로 하는 짧은 이야기들을 제시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상상력을 북돋운다.

현대인은 과학의 혜택을 누리지만 점점 더 전문화되고 세분화돼 가는 과학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 질문을 제시하고 의문점을 스토리텔링으로 구체화한 다음, 이야기 속에 담긴 과학을 차근차근 해설해 준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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