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상태바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9.11.07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지난달 말일에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향후 10년간 대도시권 광역교통 정책 방향을 담은 ‘광역교통 2030’을 발표했다. 통행 비용을 최대 30% 줄이고, 환승시간도 30% 줄여 수도권 주요 거점 간 통행 시간을 30분대로 줄인다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을 예정대로 2023년에 준공하고, B·C노선을 빨리 착공하겠다고 했다. 지하철 3호선 대화~운정, 9호선 강일~미사 구간을 연장하겠다는 수도권 2기 신도시 교통 대책 등 다양한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경기·인천 수도권 주민들의 대체적 반응은 "대부분의 구상이 과거부터 나온 내용을 재탕·삼탕한 데 불과하다"면서 시큰둥하다. 아무리 ‘비전 발표’라고는 하지만 재원확보 방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과연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또 언제쯤 실현될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 4월에 실시될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표심잡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한다.

정부는 2011년 경기 화성 동탄과 파주 운정을 잇는 GTX A노선을 2016년 준공한다고 했었는데, 7년 늦은 약속 이행도 불확실한 마당에 GTX D노선을 검토한다고 하니 어리둥절하다. 지하철 3호선 대화~운정 연장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거론된 얘기라고 하니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한편, 지난 3일 경기도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SRT 파주 연장, 광명개성선 고속철도 사업, 교외선 복선전철, 위례~삼동선 등 43개 신규 노선의 반영을 건의했다고 밝혔다(본보 2019년 11월 4일자 21면 기사 참조).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은 철도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등을 제시하는 10년 단위 중장기 계획이다. 노선이 반영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거쳐 기본계획·설계·공사 등의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계획의 수립 연구용역은 2021년 4월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국토부는 내년까지 신규 사업 검토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2021년 상반기 중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인천의 수도권 주민들은 이 또한 ‘장밋빛 꿈’에 그치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뉴스가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이 낮아 추진이 어렵다’는 예타 중간점검 결과를 내놓은 가운데 최근 서울시가 KDI에 재검토를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노선 신설에 따른 도로 교통량 감소 효과를 KDI가 지나치게 낮게 분석했다"고 하면서 주변 교통 여건이 더 나은 위례신사선이 지난해 11월 예타를 통과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KDI의 분석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예타가 과연 합리적·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타당하게 실시되는지 의문이다.

또한 수도권 외의 지방에 대해서는 국토의 균형 발전 등을 이유로 예타 면제 ‘특혜’를 주면서, 정작 조속히 사업이 시행돼야 할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통과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장기간 예타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려야만 하는 고통을 안겨준다면, 이는 ‘불합리한 역차별’이 된다. 

예산은 긴급히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쓰여져야 한다. 수도권 주민들이 교통난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통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정부는 불편·불만을 제대로 살펴 시급히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행정에 대한 불신이 더 이상 가중돼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 ‘행정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것이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 무효가 아닌 한,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될 때까지 상대방 또는 이해관계인들이 그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는 힘’ 즉 ‘공정력(公定力)’을 인정하는 근거도 행정목적의 조기실현, 행정법관계의 안정성 유지, 국민의 신뢰 보호에 있다. 

행정계획은 구속적 계획과 비구속적 계획으로 나뉘는데, 비구속적 계획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보호돼야 하며, 행정계획을 장기 방치할 경우에는 ‘피해 구제’라는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특단의 노력으로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