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달 9일 국내 농가에서 마지막으로 확진된 후 한 달이 지났다. 

 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양돈 농가는 이달 9일로 ‘무(無)발병 한 달’을 맞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휩쓸고 간 경기 북부와 인천 등 접경 지역의 양돈 산업은 ‘전멸’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당국의 고강도 방역 덕에 발병 지역이 국한됐고, 또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확산세를 꺾었다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나온다.

 다만, 사육 돼지와 달리 야생멧돼지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고 있어 당분간 긴장 상태는 이어질 전망이다. 

 ◇돼지 43만5천마리 살처분·도축…멧돼지로 타깃 이동 

    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금까지 국내 농장에서 경기도 파주 5건, 연천 2건, 김포 2건, 강화 5건 등 총 14차례 발생했다. 6일 오후 10시 현재 이번 사태로 살처분 대상에 올랐거나 수매 도축된 돼지는 모두 43만4천895마리에 달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일단 10월 9일 연천에서 14번째로 확진된 후 한 달째 잠잠한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방역을 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방역 수준을 ‘심각 단계’로 유지한 채 계속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접경 지역 야생멧돼지에서 계속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서다.

 ◇ 사태 장기화에 커지는 농가 불만

 사태가 길어지면서 돼지 사육 농가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일단 정부 말을 듣고 잔반을 가공해 먹이던 일부 농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정부는 올해 7월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전문 처리 업체 수준의 시설을 갖춘 농장에 잔반 급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이에 일부 농장이 수억 원을 들여 잔반 처리 시설을 갖췄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이런 시설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의 권역별 이동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최근 "이동제한으로 거래처가 사라지면서 돼지가 도매시장으로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최근 돼지고기 가격 폭락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당장 이동제한을 해제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돼지가 한꺼번에 도축되고,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회피가 생기면서 시장에서 돈육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방역 당국이 연천·김포·파주 내 모든 돼지를 수매·살처분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살처분 후 렌더링(Rendering·가열처리로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작업)이 지연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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