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을 정례회 안건에 포함하면서, 시와 지하도상가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비대위는 "시가 물리적 공권력을 통해 임차인과 전차인을 거리로 내몰고 직접 임대사업을 하겠다면 제2의 용산참사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 요구(7일 기준)는 "조례 개정으로 인한 피해액(9천300여억 원)의 40% 정도는 복구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 15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가 정부와 협의 후 마련한 최종안은 ‘계약 기간을 최소 5년간 보장하고, 재임대(전대)와 양도·양수 금지는 2년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양측 간 갭이 너무 커서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사태의 단초는 시와 시의회가 제공했다. 임차인 부담의 지하상가 개·보수 공사비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한답시고 ‘지방재정법’에 금지된 임차권의 양도·양수와 전대를 양성화하는 조례를 2002년에 제정했다.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시 공유재산을 개인이 수십 년간 점유하고, 무려 85%(2천815개 점포)가 불법 전대 및 세금 탈루 온상이 되는 등 지역 사회의 최대 난제가 된 이유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은 지하도상가 점포의 전대와 양도·양수행위를 금지하는, 원상복귀가 핵심이다. 이미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안으로, 더 이상 조례 개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출구 없는 극단적 대립과 획일적인 강제 철거도 시민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입점해 장사를 하는 사람들 만큼은 피해가 없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하도상가는 소상인들의 생업을 위한 터전이다. 안타깝게도 이 소중한 곳이 ‘임대→전대→전전대’ 방식의 피라미드형 돈놀이 시장으로 변질됐다. 따라서 맨 하층부 소상인의 피와 땀이 불법적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이것이 시민의 재산 또는 소상인을 위한 낮은 임차료로 환원되도록 구조를 바꾸는 건 매우 긴요한 일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장기적으로 상가를 활성화하는 것이요, 단기적으로 소상인들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배려를 하는 것이다. 시와 시의회는 그러한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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