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굿네이버스 경기화성지부 오산분소 소장
강은영 굿네이버스 경기화성지부 오산분소 소장

"25시간가량 손과 발을 케이블타이로 뒤로 묶어 몸이 활처럼 휘어진 상태로 방치하고, 목검 등으로 상습 폭행." 아이에게 행해질 수 있는 행위가 맞나 싶은 일이 지난 9월 이뤄졌다. 아이는 수시로 폭행을 당했고 결국 사망했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 잊을 만하면 다시 떠오르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대응 체계는 2000년부터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 부모의 체벌은 ‘사랑의 매’였고 아이를 때리는 것은 당연한 수단이나 권리로 치부됐다. 부모의 체벌에 대해 유난히도 관대한 우리나라는 민법상으로도 친권자의 징계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아동학대 대응 체계는 곳곳에서 구멍이 발견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아동학대 대응 현장에서 10여 년간 일하면서 느끼는 여러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시설 입·퇴소’와 관련한 일이다. 먼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아동을 시설 보호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자 동의 없이 시설 보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해당 조치 시에도 현장성에 대한 법적 해석이 분분하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시·군·구당 1개로 설치돼 있지 않아 현장 접근성이 낮고, 즉시 분리가 필요한 긴급한 학대 상황에서도 응급조치가 어렵다. 또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퇴소 또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 보호되더라도 면회나 외출을 제한할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행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판단 후 행위자에 대한 법적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전체 판단 수의 32%에 불과하다. 사법기관의 절차를 통해 강제적인 개입이나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도 법적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학대자와 아동과의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는 더욱더 소수이다. 현재 아동학대 대응 체계는 학대피해 아동이 시설에 입소하면 사건이 종결돼 해당 아이들에 대한 관리 공백이 생긴다. 입소시설에서는 보호자가 학대 가해자라 하더라도 아이를 집에 데려가겠다는 요청이 있을 경우 귀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귀가 신청 시 몇 번 만나는 것으로 어떻게 그 사람의 양육 가능성을 파악하고 양육 환경이 적합한 지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

해당 시·군·구 안에 현장 조사 공무원이 배치되고 현장성을 높여 조사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역할이 정리되면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사례관리 및 재학대 예방을 위한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오산시에서는 시의 강력한 의지로 경기화성아동보호전문기관의 오산분사무소를 지난 7월부터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본 기관에서는 현장 조사를 수행하지 않고 굿네이버스가 2016년부터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중심으로 오산지역 내 아동학대 사례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2~5개 시·군·구를 담당하고 있는 다른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비해 사례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해당 가정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아동학대가 재발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가 재학대율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연락을 거절하거나 집에 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가정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없기에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법적 절차는 보다 보완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포용국가 아동 정책이 안착돼 우리 아이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유기적이고 협력적인 체계가 만들어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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