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불명확한 미래 앞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진로 계획에 대한 어른들의 잇따른 질문에 소중한 학창시절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 채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막연하게나마 자신의 꿈과 진로를 찾는 주위 친구들의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괴감과 조급함으로 학업과 친구관계 등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스스로 하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것 등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꿈꾸고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생과 학교 및 마을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며 미래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경기꿈의학교’를 지난 2015년부터 운영 중이다.

올해 운영된 1천908개의 꿈의학교 가운데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책으로 엮어내는 꿈의학교가 있어 눈길을 끈다. ‘꿈에 도전하며 꿈을 이룹니다’를 모토(motto)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는 과정을 지원하는 ‘그림책 세상’ 꿈의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운영 2년차를 맞은 ‘그림책 세상’을 찾아 운영 모습을 들여다 봤다.

‘그림책 세상 꿈의학교’ 학생들이 제작 중인 그림책 모습.
‘그림책 세상 꿈의학교’ 학생들이 제작 중인 그림책 모습.

#내 손으로 직접 그리는 상상의 세계

"제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꿈도 찾았어요!"

크고 작은 한옥들이 모여 있는 김포아트빌리지 내 한옥마을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 안. 10여 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커다란 도화지 위 스케치에 다양한 색을 덧입히며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그림책 세상’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상상을 그림으로 구현해 낸 세상 단 하나 뿐인 ‘나만의 그림책’을 제작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자신의 작품세계에 빠져 있는 학생들을 찾아다니던 꿈지기 교사들은 표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즉각 달려가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며 지도했고, 해결방안을 찾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교실 한 편에는 ‘그림책 세상’의 문성근 교장이 이미 제작을 마쳐 제출된 학생들의 작품을 살피며 수정할 사안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제출된 작품에서 수정사안이 나오면 해당 작품을 제작한 학생의 수정을 거친 후 한 권의 그림책으로 완성된다.

학생들이 ‘나만의 그림책 ’제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학생들이 ‘나만의 그림책 ’제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1년여의 긴 기간동안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총 42명의 참여 학생 가운데 유일하게 다른 2명의 학생들과 팀을 이뤄 참여하고 있는 김서연(김포 신곡중 1학년)양은 "평소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학교에서 ‘꿈의학교’ 프로그램을 안내받아 예술분야의 꿈의학교를 찾던 중 그림책을 만드는 ‘그림책 세상’을 알게돼 호기심에 참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 양은 "워낙 신청자가 많아 처음에는 선정에서 탈락했었는데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 친구 2명과 팀을 꾸려 재차 도전했고, 우리의 열정을 알아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어렵게 참여할 수 있었다"며 "다른 친구들과 달리 3명이 함께 공동작업을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 등을 통해 협동심이 길러지고 그림실력도 향상된 것 같다"고 자랑했다.

‘그림책 세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정한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다윤(김포 금빛초 5학년)양은 "워낙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진로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라며 "꿈의학교에 참여하면서 직접 책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일과 정해진 분량에 맞춰 그림을 그리고 내용을 수정하는 등의 과정이 어려웠지만, 작품이 완성돼 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껴지고 그림책 작가에 대한 꿈도 생겼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꿈의학교 활동에 대해 무엇보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현하는 과정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

조예서(김포 은여울초 6학년)양은 "꿈의학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학교처럼 정해진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라며 "특히 내가 원하는 일을 마음대로 하면서 꿈도 찾을 수 있는 점이 매력으로, 내년에도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학생들이 ‘나만의 그림책 ’제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학생들이 ‘나만의 그림책 ’제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전문가가 직접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꿈의학교

지난 2018년부터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로 운영 중인 ‘그림책 세상’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인 지역 전문가들이 ‘콘텐츠개발자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키우는, 학생이 주도하는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구성됐다.

당초 구성 당시에는 한강하구와 DMZ 접경지역 및 마을의 전설 등 김포지역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주변의 세계를 깊이 파악하고, 문학적·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스스로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문화콘텐츠를 발굴·창조하는 한편, 디지털콘텐츠시대에 맞는 표현 형식과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로의 진로를 탐색하는 방향으로의 운영을 계획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하고 싶은 내용으로 운영되는 것이 꿈의학교의 취지와 보다 부합한다는 생각에 운영 방향을 수정, 현재는 난민과 환경 등 사회문제를 비롯해 기르고 있는 강아지 이야기와 판타지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나만의 그림책 ’제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학생들이 ‘나만의 그림책 ’제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교육시간도 필수시간 이외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수업도 ▶강의형 ▶1대 1 멘토링 ▶그룹별·개별작업 등 다중적으로 운영한다.

문성근 교장은 "꿈의학교는 학교 교육에서 발휘하기 힘든 부분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림책 세상의 경우 학교 교육이 과목별로 분절돼 있는 것과 달리, 한 권의 그림책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이다 보니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 국어와 미술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교육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 주제와 내용 및 방식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즉각 반영할 수도 있어 배움의 주체인 학생이 원하는 배움을 스스로 전택하고,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며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배경에 전문가들의 도움이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금숙 교감은 "교육과정에서 중점을 두는 성취목표는 그림책 제작과정 전체를 끌고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으로, 이를 위해 전문가가 하는 일은 주로 학생이 현재 상태와 자신의 목표를 비교하고 점검하도록 질문을 던져주는 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어떤 학생이라도 할 이야기가 없는 학생은 없으며 그림책을 만들고 싶지 않은 학생도 없다"며 "다만 그것을 어떻게 표출시키고 드러나게 해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전문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으로, 앞으로도 학생들이 꿈을 찾는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꿈의학교를 끊임없이 운영해 나가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김포 ‘그림책 세상’ 꿈의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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