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수원 황구지천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 최초로 출현 이후 또다시 한 쌍의 수달이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돼 황구지천의 야생동물 보호구역 지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수원시와 수원환경운동센터에 따르면 올 9월 황구지천 내 곳곳에 설치된 무인센서 카메라에 한 쌍의 수달이 함께 있는 모습이 찍혔다. 새벽 시간대 하천 주변을 한 쌍이 배회하고 있으며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원환경운동센터는 2017년부터 시민들과 함께 황구지천에 서식하는 수달의 생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올해 초부터 생태 파악을 위한 무인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환경단체는 현장에서 찾은 수달의 배설물이나 발자국 크기 등을 분석한 결과 번식이 가능한 성체로 판단하고 있다.수달 한 쌍이 함께 다닐 경우 해당 구역 내 서식 가능성이 충분하고 보존가치가 크다.

수달의 행동반경은 20㎞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총 연장이 32.5㎞에 이르는 황구지천 일대에서 수달이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황구지천은 의왕·수원·화성·오산·평택 등 5개 시를 관통한다.

그동안 황구지천에서는 수달의 배변 흔적과 발자국만 발견됐을 뿐 실제 서식 여부는 모호했다.

하지만 6월 무인센서 카메라에 물 위를 뛰어다니는 수달 한 마리가 최초로 발견되면서 보존 가치가 높은 수달의 서식지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4월에는 수원시에서 하천 범람을 예방하려는 이유로 황구지천 일부 구간에서 나무 제거작업을 진행하면서 수달의 흔적이 자취를 감춘 적도 있다.

수원환경운동센터는 내년 초 수원시에 황구지천을 야생동물 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시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확대하기 위해 5월부터 여러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황구지천도 후보지 대상에 포함됐다. 시는 보호구역에 대한 연구 분석이나 및 현장 기초조사를 실시한 뒤 지정계획서를 작성하고 시민단체나 시민 등 의견을 수렴하는 등 지정 필요성을 따져본 뒤 환경부에 지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현재 수원 내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2008년 백로·왜가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권선구에 위치한 여기산뿐이다. 이곳은 서식지 보호를 위해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 있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내년 초 수달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수원시에 제출하면서 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하려고 한다"며 "시가 환경·생태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수달 서식처에 대한 보호를 반드시 해야 할 것"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칠보산이나 황구지천 등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을 야생동물 보호구역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민간단체에서 보호구역 지정 요청이 들어오면 필요한 행정 절차를 밟은 뒤 후보지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