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설계부터 청년들 니즈 파악 ‘상생의 장’ 탄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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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설계부터 청년들 니즈 파악 ‘상생의 장’ 탄생했죠
4.정윤호 남동구 청년창업지원센터장
  • 홍봄 기자
  • 승인 2019.11.12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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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컨설팅 전문가나 액셀러레이터(투자·육성업체)가 청년 창업공간을 맡아 왔지만 청년들의 필요와 맞지 않아 만족도가 낮았어요. 적어도 청년공간은 현장의 소리와 청년의 마음을 이해하는 단체가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주기업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진 센터 내 카페 ‘푸를나이’.
입주기업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진 센터 내 카페 ‘푸를나이’.

인천시 남동구 청년창업지원센터(센터)의 위탁운영기관은 청년기업이다. 행정은 공간 조성을 거들었을 뿐 청년이 중심이 돼 사업과 운영 방식을 결정한다. 전국적으로 ‘청년에 의한’ 공간 운영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동안 인천에서는 청년에게 온전한 주도권을 주는 일이 드물었기에 센터의 어깨는 무겁다. 청년이 청년공간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를 정윤호(33)남동구 창업지원센터장에게서 들어봤다.

센터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으로 남동구가 기획한 청년공간이다. 청년기업을 육성하면 고용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구상은 여느 청년창업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정이 청년의 실상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정하고 청년사업에 접근했을 때 부작용은 발생했다. 실제 수요자인 청년들이 공간이나 사업자체를 외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센터는 목표를 정하면서도 청년의 실상을 파악하는 단계부터 차근차근 밟아 갔다.

‘남동구 창업지원센터 100일 꿈마을 파티’ 당시 이강호 구청장이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남동구 창업지원센터 100일 꿈마을 파티’ 당시 이강호 구청장이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구가 센터를 계획한 아주 초기 단계에서부터 청년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을 모아 간담회를 진행했고, 1년 정도 청년과 행정의 소통을 거쳐 나온 것이 지금의 센터다. 공간 설계부터 대표단 15명을 꾸려 의견을 수렴했고, 설명회를 통해 참여하는 청년인원은 30명에서 50여 명으로 점점 늘었다"며 "관이 자리를 만들었지만 청년들이 움직였기 때문에 청년들이 원하는 센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청년이 정책 설계부터 함께 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간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감이 있었기에 구와 청년 사이에 공간의 정체성을 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센터는 ‘꿈꾸는 청년 창업마을’이라는 주제로 청년마을 이장(센터장)을 중심으로 한 입주기업(청년스타트업)이 상생하며 공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개소 당시 12개 기업이 입소했고, 지금은 16개 기업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세부적인 운영 방침 역시 전적으로 지역 청년사업가들과 입주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했다. 24시간 개방과 무료 임대, 사업 미팅을 위한 카페 개설 등이다.

그는 "24시간 개방은 청년입주기업들의 요구였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투잡을 뛰는 청년들이 많은데 관에서 하는 공간은 오후 9시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라며 "센터 내 카페를 만든 것도 청년들의 생각이었다. 많은 창업센터들이 있지만 대부분 딱딱한 사무실들만 있어서 미팅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다. 센터에 카페를 만들고 나니 오히려 고객을 센터로 불러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100일 꿈마을 파티 때 관계자들 기념촬영 모습.
100일 꿈마을 파티 때 관계자들 기념촬영 모습.

센터에서 하는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청년기업을 운영해 본 선배 기업이 운영을 맡다 보니 경험을 토대로 서로 어려워하는 부분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스타트업이 컨설팅을 받을 때 수행해야 했던 의무교육을 없애고, 컨설팅업체도 지정해 주는 것이 아닌 원하는 멘토에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위탁단체가 지정하는 업체가 청년기업의 특성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내년 사업도 입주기업과 간담회를 거쳐 구에 예산편성을 신청했다.

정 센터장은 "입주기업 중 제품을 생산하는 5개 기업이 있는데 모두 박람회에 나가고 싶어 했다. 각자 출전하려면 부스마다 500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인 필요를 확인하고 센터 공동부스를 차리기로 했다"며 "모두 똑같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후배 기업들이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정보 공유가 빠른 것도 청년기업들 간 가장 큰 시너지라 할 수 있다. 입주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SNS에 홍보할 수 있고, 서로 어려워하는 부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장점을 이야기했다.

남동구 청년창업센터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남동구 청년창업센터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에 청년공간이 생기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청년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남동구는 대학교가 없어 청년들을 만나려면 구월동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간이 생기니 상주하는 청년들이 생겼고 프로그램에 따라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직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중심이지만 공간이 청년들을 모아내는 거점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과거 문화 기획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지금 센터를 매개로 다시 모이는 것도 뿌듯한 일이다.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들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나 공간들이 적어 아쉬운 터였다. 그는 새로 조성되는 청년공간들 역시 과거 창업이나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중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윤호 남동구 청년창업지원센터장.
정윤호 남동구 청년창업지원센터장.

정 센터장은 "문화사업이나 창업이나 사전에 교육을 받았던 청소년과 청년들이 많다. 새로 공간을 만들 때 자문하거나 참여할 새로운 사람을 찾다 보니 어려움이 많은데, 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며 "이들이 공간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부터 주체가 돼 만들어 나간다면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동구 청년창업지원센터장이기 전에 청년기업의 대표인 그는 최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거점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 시작으로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181㎡가량의 공간을 빌려 음악놀이터를 조성했다. 합주실 3개와 개인연습실 4개, 다목적 로비 등으로 구성된 음악놀이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역 청년예술인들에게 개방된다. 

정 센터장은 "인천에도 청년공간이 생기고 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면 욕심이 될 수 있다"며 "창업이나 취업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지역 청년들이 필요로 하면서 특색을 살린 공간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간부터 정해 놓고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청년이 중심이 돼 사업의 적합성과 방향성을 따져 봤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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