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는 배춧잎을 갉아 먹기 때문에 잡아 주는 게 도움이 돼요." "선생님! 무당벌레는 해충이 아니니까 잡으면 안 되지요?"

지난달 19일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 송담대학교 맞은편 ‘용인시민농장’. 1만3천569㎡ 규모의 농장에서는 ‘어린이 농부학교’ 수업이 한창이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제법 농부티를 낸 아이들이 배춧잎과 무청을 이 잡듯 뒤지며 해충 잡기에 여념이 없다. 한 아이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무당벌레를 손등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살피다 이내 내려놓는다.

이날 농부학교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식물에 유익한 곤충과 해로운 곤충에 대해 배우고, 조를 나눠 어느 팀이 해충을 많이 잡는지 경쟁을 펼쳤다. 채집통에서 벌레를 꺼낼 때마다 한목소리로 숫자를 읊었다. 벌레 16마리를 잡은 3조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동초등학교 텃밭 조성.
이동초등학교 텃밭 조성.

이후 아이들은 텃밭 주변에서 주워 온 나뭇가지와 낙엽, 흙, 돌 등을 이용해 도화지 위에 멋진 가을 풍경을 수놓았다.

용인시는 초등학교 1~4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가족들과 텃밭을 가꾸며 여가를 즐기고 다채로운 생태놀이를 통해 자연과 농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올 상·하반기로 나눠 ‘어린이 농부학교’를 운영 중이다.

상반기는 4월 5일부터 6월 21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하반기는 9월 8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농부학교에서는 국가자격을 취득한 도시농업관리사가 12차례에 걸쳐 각종 작물을 재배하는 법을 알려 주고 다양한 생태활동도 진행한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직접 재배한 작물로 요리를 만들어 나눠 먹는 팜파티도 연다. 처음에 서로 낯을 가리던 아이들은 매주 만나 흙을 만지고 놀면서 금세 친구가 된다.

도심에서 쉽게 체험하기 힘든 것들을 자연 속에서 경험할 수 있어 학부모들의 호응도 뜨겁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매주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정지성 씨는 "아이와 함께 야외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평상시 우리가 먹는 채소를 어떻게 키우는지 배우고 자연의 소중함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반겼다.

아이들은 스스로 텃밭을 가꾸며 성취감을 느끼고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사회성과 책임감도 익힌다. 벌레라면 기겁을 하던 아이가 스스럼없이 곤충을 만지며 관찰하고, 채소를 잘 먹지 않던 아이도 직접 키운 상추를 게걸스럽게 먹는다. 

텃밭에서 물을 주는 토월초  아이들.
텃밭에서 물을 주는 토월초 아이들.

농부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서승현 도시농업관리사는 "이 작은 텃밭에서 정말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며 "작물의 성장 과정은 물론 계절의 변화, 환경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형화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이 수업의 매력"이라고 자랑했다.

이 같은 ‘수업’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곳도 있다. 수지구 토월초등학교 중앙현관 앞에 6학년 3반 학생 27명이 가꾸고 있는 ‘상자텃밭’이 그것이다. 아이들은 지난 봄부터 이곳에 상추·허브·고추·무·배추·감자·마리골드 등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다. 

토월초는 지난해 시로부터 텃밭 만드는 것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도시농업관리사가 직접 교실을 방문해 텃밭 작물 가꾸는 방법부터 교과와 연계한 다양한 생태수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텃밭을 가꾸며 지렁이의 생태, 각종 작물의 특성을 비롯해 한해살이 과정 등을 배운다.

지난달 18일에는 보리를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는데, 보리의 파종·수확 시기 등을 익히고 새싹보리 토피어리를 만들었다.

6학년 3반 안효순 담임교사는 "고학년 교과과정에 ‘친환경 농업’이 있는데 아이들이 친근하게 농업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시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다"며 "보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육 효과도 크고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부터 학교 자투리 공간에 텃밭을 조성해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텃밭 설치비, 모종·농기구 등을 지원하고 도시농업관리사를 학교로 파견해 생태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는 토월초·이동초·언남초 등 31개 학교에 1학급씩 지원했다.

처인구 이동초는 지난해 시의 지원을 받아 텃밭을 조성하고 전교생이 텃밭 가꾸기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삼겹살에 함께 싸 먹는 ‘상추쌈데이’를 열고, 텃밭 수업을 활용한 진로체험축제에서는 식물원예사 등 농업 관련 직업체험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활동으로 이동초는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개최한 ‘제14회 생활원예 중앙 경진대회’에서 학교·학습원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시는 텃밭 교육이 농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에는 한 학교당 한 학급씩 지원하던 것을 한 학년 전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파트·기업 등의 동호회 구성원, 사회복지시설 등 취약계층도 도시농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텃밭 설치비, 모종·농기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면서 생활에 활력을 얻고 도시농업을 이해하도록 도우려는 취지다.

텃밭 조성에만 그치지 않고 전문가를 파견한 교육도 진행한다. 농업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해 원예치료, 플랜테리어 등 도시농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교사와 학생들로 구성된 ‘영문중학교 텃밭 가꾸기 사제동아리’를 비롯해 해든솔직업지원센터, 한울장애인공동체, 아름요양원 등 20개 시설·단체가 각각 300만~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들은 단체나 공간의 특성에 맞는 도시텃밭을 조성하고 전문가에게 다육이 미니정원 만들기, 계절에 맞는 작물 파종과 식재, 공기정화식물의 이해 등 맞춤형 교육을 받고 있다.

도시양봉학교 수업 모습.
도시양봉학교 수업 모습.

지난해부터는 도심에서 양봉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시양봉 교육과정도 개설했다. 국내 양봉산업 현황, 꿀벌의 습성 및 생육, 각종 질병 대처법, 채밀 실습 등 양봉 관련 이론과 실습을 20차례 교육하는 것이다. 하반기에도 참가자 20명을 모집해 교육 중이다.

도심양봉은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 가는 꿀벌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는데,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최초로 시도했다. 

꿀벌은 도시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은퇴 후 직접 양봉을 하려는 사람도 있고, 꽃을 더 잘 키우기 위해 벌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2015년부터 분양한 용인시민농장은 시민들의 소통과 치유,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도시농업을 교육과 연계하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더 많은 시민들이 쾌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사진=<용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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