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 박제가와 남양주시 수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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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 박제가와 남양주시 수동계곡
박신환 남양주부시장
  • 기호일보
  • 승인 2019.11.12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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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환 남양주부시장
박신환 남양주부시장

초정 박제가(1750∼1805)는 조선 개혁을 주장한 북학파를 대표하는 실학자이다. 

그는 조선 백성이 가난한 이유를 물류의 흐름이 더딘 데서 찾았다. 백성의 소득증대를 위해 조선 각지의 생산품이 빠르게 대량으로 유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레를 이용해 물건을 시장으로 나르고 누구나 자유롭게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제가의 ‘시장유통개혁론’이다. 또한 박제가는 청나라와 일본에 다녀 온 사신들의 경험과 저서를 탐독하고 본인의 청나라 여행을 통해 외국과 통상을 통한 부국강병을 주장했다. 박제가의 ‘통상개혁론’이다. 

박제가는 청나라의 농업과 잠업 생산성이 조선보다 높은 이유를 농업기계의 이용으로 보고 ‘농업기술혁신론’도 주장했다. 이 모든 내용은 첫 번째 연행에서 돌아 온 직후(1778년, 정조2년) 경기도 김포 통진의 한 농가에서 석 달 동안 칩거하며 저술한 「북학의(北學議)」의 주요 내용이다. 

박제가는 반계 유형원,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등 중농파 실학자와 달리 상공업을 중시한 중상파 실학자이다. 중상파 실학자를 이용후생학파라고도 한다. 북학의를 볼 때마다 그의 개혁론을 정조대왕이 하나라도 실행했다면 조선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늘 상상한다. 포천에서 주금산을 넘으면 바로 남양주 수동이다. 자연과 벗하길 즐겼던 박제가는 포천 영평현 현감으로 재직(1797~1800)중 어느 한가한 날 수동계곡을 찾았다. 그는 수동계곡에서 시 한 편을 읊었는데, "수동의 험한 벼랑길 아래에 여울이 하나 있는데, 기이한 돌이 빼곡 솟아 있다. 나는 그곳을 매우 사랑하여 연산뢰(硏山瀨)란 이름을 붙여주었다"라고 시를 쓴 동기까지 설명한다. 그가 지나간 수동의 험한 벼랑길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아래 여울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운천 상류의 여러 지천 중 한 곳이리라. 구운천은 주금산에서 발원해 흐르다가 철마산에서 발원한 수산천과 먼저 만나고 축령산에서 발원한 외방천과 천마산 다른 줄기에서 발원한 지둔천을 차례로 만난 뒤 천마산에서 흐르기 시작한 가곡천과 합세해 북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지금의 남양주시 수동면에 있는 하천들이다. 

오늘날 수동계곡유원지는 구운천 상류계곡이다.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물이 맑고 경치가 좋아 사람들이 찾는 것으로 볼 때 박제가의 연산뢰도 지금의 수동계곡쯤으로 비정해 본다. 박제가는 연산뢰의 모습을 이렇게 노래했다.

"물새가 하필 하얀색이랴, 갈색의 새들도 아리땁구나/ 괴석이 하필 꼭 하얀색이랴, 묘함 다만 뾰족이 솟음이 있네/ 나는야 흰 구름길에 있어서, 이름 없는 이 여울 좋아한다네/ 한 봉우리 비로소 동쪽 막으니, 세찬 여울 봉우리 돌아 흐른다/ 흰색 정수리엔 흰 눈 덮혀 있어, 그 물길 근원이 맑기도 하다/ 가운데 봉우리 주름이 많아, 자연히 큰 산의 기세 있구나/ 천 개의 바위산과 만 개의 골짝, 열지어 펼쳐 있지만 손에 잡힐 듯/ 남쪽 봉은 홀연히 따로 우둑 서, 저 멀리 하늘 밖 산이 되었네/ 서쪽 섬은 남은 뜻 품고 있는지, 여기저기 둔덕이 펼쳐져 있네."(하략) 

갈색꼬리 새가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어느 계곡의 풍경이 그려진다. 박제가는 이렇게 계곡을 즐겼다. 빼곡하게 서있는 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과 그 바위들의 이름을 짓고 놀았다. 한 언덕 또는 한 골짜기에 은거해 세속을 벗어나 산수에 마음을 두는 은자의 자세로 자연을 찾았다. 옛 사람의 계곡 즐기기가 이러했다. 최근 남양주시에서 시작한 하천의 불법시설 정비사업이 경기도 전역의 하천에서 진행되고 있다. 계곡 정비 후 시민들이 계곡을 이용하는 방식과 계곡을 바라보는 태도는 초정 박제가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박제가는 정조에 의해 유득공, 이덕무, 이서구와 함께 규장각 최초 검서관으로 채용됐다. 정조의 문체반정에 대해 반성보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 북학의를 저술했고, 그의 시문집인 「정유각집」이 있다. 죽어 경기도 광주 엄현땅 선산에 묻혔는데 어디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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