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학수 인천지방법무사회 부회장
육학수 인천지방법무사회 부회장

우리 사회가 소위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와 맞물려 고령화 사회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녀에게 미리 자신의 재산을 증여해 주거나 생을 마감한 후 자신이 지정한 자녀에게 상속되도록 자필에 의한 유언증서(일명 유언장)를 작성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에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5종으로 정하고 있고 민법이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언증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손쉬운 자필증서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방식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듯하다. 

공정증서에 의한 방식은 증인 2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증인이 유언 방식에 적합한지와 유언자의 의사를 진지하게 확인하고 법률적 심사를 다하므로 유언증서에 흠결이 발생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지만, 자필증서의 경우에는 유언자가 법정 방식에 따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애초부터 효력이 없거나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유언의 효력이 부인돼 상속인들 사이에 새로운 분쟁거리가 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종종 목격된다. 

그럼, 자필유언증서는 어떻게 써야 온전할까? (본 지면 관계상 다른 유언 방식에 대한 논의는 피했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민법은 ‘유언은 본법이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유언의 요식성’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자필유언증서를 작성할 때에는 자필증서에 유언자가 반드시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自書)하고 날인해야 하며 유언증서에 문자를 삽입, 삭제 또는 변경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해야 한다. 나머지 실질적인 유언 내용은 유언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정해 기록하면 되는데 그 내용도 명확하게 특정되도록 기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판독이 어렵거나 불분명한 문언 때문에 유언의 취지를 해석하지 못해 권리를 실행할 수 없게 되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언자가 자신의 장남에게 ‘대지 1천㎡’를, 차녀에게는 ‘정기예금 1억 원’을 각 증여(유증)한다고 가정하자. 유언자는 자필증서에 법정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반드시 기록하고 다음란에 ‘장남 아무개에게 ○○시 ○○구 ○○동 10번지 대1천㎡를, 차녀 아무개에게는 ○○은행 정기예금 계좌번호 ○호의 1억 원을 각 증여(유증)한다’라는 간략한 문언이면 족하다. 그리고 유언자는 자필증서에 유언집행자를 특정해 지정할 수 있으나, 굳이 이를 지정하지 않더라도 무방하며 이 경우 상속인 전원이 공동유언 집행자가 된다. 자필유언증서를 작성한 다음 문언에 잘못 표현된 곳이나 삽입, 삭제할 문구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본 후 유언자가 생을 마감한 다음 유품을 정리하는 유족이 찾아보기 쉬운 곳이나 안전한 곳에 보관해 두면 된다. 

유언증서는 그대로 보관해도 되지만 이왕이면 깨끗한 봉투에 잘 접어서 넣고 봉한 후 겉봉투에 ‘자필유언증서 유언자 아무개’라고 써서 보관해 두면 분실 우려를 줄일 수 있고 유족이 찾기에도 용이할 것이다. 유언의 효력은 자필증서를 작성했다고 즉시 발생하지 않고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비로소 효력이 생기고 정지 조건이 있는 때에는 그 조건성취한 때로부터 효력이 생기며 유언자는 생전행위로서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도 있다. 유언자가 생을 마감한 후 유언증서를 보관한 자 또는 이를 발견한 자(통상 상속인이다)는 지체 없이 유언자의 최후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유언증서를 제출해 그 검인을 청구해야 하고 가정법원의 검인조서가 청구인에게 도달되면 유언집행자는 그 검인조서를 첨부해 유언에 따른 집행을 하면 된다. 

이같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유언자 본인이 언제든 어느 장소에서나 손쉽게 작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칫 방식에 맞지 않게 작성함으로써 결국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유언증서를 작성하기 전에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유언증서를 작성하거나 어떤 유언방식이 본인에게 적합한지 따져 본 후 그에 맞는 유언증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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