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발전에는 치열한 노력이 따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피한 희생이 수반되기도 한다. 발전은 혁신의 결과며 진보의 열매다. 하지만 혁신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야기하고 격렬한 저항에 부딪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재도약을 위한 근본적인 혁신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각종 규제법이 발전법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비롯해 방송산업발전법, 대중문화발전법, 전통시장발전법, 택시발전법, 전시산업발전법, 지속가능발전법 등 그 종류만 해도 40여 가지가 넘는다. 그런데 이 발전법은 모두 국가 보조금이 들어가는 정부 관여 규제법이다. 규제는 혁신의 결정적인 걸림돌이며 발전의 치명적인 방해물이다. 

국가 예산과 규제로 가능한 경제 발전은 없다. 예산투입은 규제를 요구하고 규제는 이권의 개입을 조장해 각종 부정과 부패를 야기한다. 국가 재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운동 선수가 치열하게 연습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겠다거나,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허무맹랑한 소리에 불과하다. 예컨대 다이어트는 힘든 운동과 철저한 식이요법이 우선돼야 가능하다. 철저한 자기 노력과 절제를 통하지 않고 살 빼기는 요원한 일이다. 따라서 손쉽게 약으로만 살을 빼겠다는 시도는 부질없는 짓일 뿐더러 결국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력을 강하게 하고 경제가 발전하려면 국민들 개개인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지 않고 더 잘사는 수는 없으며 성실하게 일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없다. 개인의 풍요로운 미래는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하는데 이런 일자리는 세금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무원이 한 명 늘면 민간 일자리는 1.5개가 사라진다. 공무원으로 늘어난 일자리로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각종 정부 주도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민이 잘사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슬로건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모든 국민이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민간 일자리를 많이 가진 나라가 건전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는 자신은 일 안 하고 남들이 일해서 낸 세금으로 먹고 살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자신은 철도, 지하철, 공장을 멈추게 하고 파업을 일삼으며 너는 열심히 일하고 세금 많이 내서 내 월급과 임금을 올려달라고 투쟁한다. 4차 산업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수월성 교육을 포기하고 획일적 평준화 교육을 확대·강화하겠다고 나서는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경제는 주지하다시피 자본과 사람과 생산성을 통해 움직이고 성장한다. 국가 재정이 아니라 성실한 노동과 효율적인 생산성으로 만들어지는 민간 자본이라야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러오고 국민경제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

자율과 경쟁을 통한 혁신만이 무너져가는 경제를 살리고 국가를 온전하게 발전시키는 길이다. 내년에는 60조 원의 국채까지 발행해서 나라 빚으로 경제를 운용하겠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혁신과 국민 개개인의 노력 없이 그 결과가 긍정적이기는 어렵다. 감세를 통한 자율과 혁신이 정부 지출에 따른 규제와 간섭보다 경제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더 효과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혁신은 막히고 자율은 숨을 허덕이며 그 죽어가는 자리를 규제가 채우고 간섭이 차지하고 있다. 혁신은 지킬 수도 없고 지켜지지도 못할 법으로 인해 생겨나는 규제 앞에서 더욱 숨을 죽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규제와 간섭이 가져오는 안정보다 혁신과 자율이 불러오는 갈등이 당장은 혼란스럽고 집권 세력의 매표에 불리하겠지만 이것 없이 우리의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결과적 평등으로서의 경제적 평등은 개인의 독자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는 결국 평등과 자유를 다 잃게 된다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말은 분배의 가면 속에 숨어있는 평등의 실체를 나무라고 있는 듯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