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 광교산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철제 펜스가 파손돼 있고, 주변에 철책이 설치돼 있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산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철제 펜스가 파손돼 있고, 주변에 철책이 설치돼 있다.

최근 수원 광교산 내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들이 일부 등산로 입구를 철책으로 봉쇄하면서 이를 이용하던 등산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12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광교산 등산로 입구 8곳에 날이 달린 철책이나 철제 펜스가 설치돼 출입이 봉쇄됐다. 특히 9월 초에는 광교 웰빙타운에서 시작해 천년약수터와 형제봉까지 이어지는 일부 등산로가 막혔다. 철책과 펜스 주변으로 ‘이 장소는 개인 사유지임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었다. 또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임야 소지자나 농지 경작인만 출입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표지판도 설치돼 있다.

주민들은 ‘등산로를 이용하게 해 달라’며 현재까지 수원시에 20여 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시는 민원이 이어지자 이달 4일 ‘광교산 등산로 폐쇄 안내’ 현수막을 주 등산로 입구를 포함한 3곳에 게시했다. 시는 해당 등산로가 이전까지 주민들이 관행적으로 이용해 온 등산로로, 토지주가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등산로가 막힌 이유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토지주들의 갈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토지주들과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2016년부터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500여m 길이의 시 소유 공공공지(시설이나 녹지 확보를 위해 공지로 두는 토지) 내 차량 통행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 온 바 있다. 토지주들은 사유 농지에 농사기구를 가져갈 수 있도록 공공공지 내 차량 운행을 요구했다. 이 땅을 통하지 않으면 농사부지까지 진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공공공지에 차량이 들어서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통행 제한을 시 측에 요구했다. 원칙상 공공공지 내 차량 통행은 금지돼 있다.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

등산로가 막히자 이달 초 일부 등산로에 설치된 펜스가 파손되기도 했다. 올 여름 태풍이 왔을 때는 철책이 바람에 날려 아파트 단지로 날아가는 사고도 벌어졌다. 인근 주민 A씨는 "최근 철책에 야생동물이 걸려 죽어 있기도 했다"며 "이전부터 꾸준히 이용하던 등산로였는데 갑작스럽게 출입이 금지돼 당황스럽다. 빠른 시일 내로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토지주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등산로가 시나 공공기관 소유면 몰라도 사유지이기 때문에 철책이나 펜스 설치는 막지 못한다"며 "갈등 해소를 위해 최대한 토지주들이 인근 주민의 요구를 수용해 줄 수 있도록 신중하게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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