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혁명가 김원봉
이원규 / 한길사 / 2만2천 원

조국 해방과 민족 화합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투쟁한 의백(義伯) 김원봉의 생애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3·1운동과 의열단 창단 100주년을 맞아 펴낸 「민족혁명가 김원봉」은 민족 해방을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독립투사의 참모습을 제대로 평가하고 그들의 고귀한 정신을 알리기 위한 기록이다. 

 이 책은 김원봉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온몸을 던져 순국한 200여 명의 민족영웅을 새롭게 조망한다. 김원봉 개인의 평전이기도 하지만 김원봉과 동지들의 집단 전기이기도 하다.

 김원봉은 남한과 북한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진 비운의 독립투사다. 누구도 쉽게 김원봉을 언급하지 못했으며, 집필의 자유도 제한적이었다. 남한은 한국전쟁에 앞장선 조선의용군과 그 전신인 조선의용대를 지워 버렸다.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의열단과 조선의용대의 역사는 독립운동사에서 실종됐다. 중도좌파인 김원봉은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주장하는 미군정과 이승만의 뜻에 따를 수 없었고, 김구로 대표되는 임시정부 세력은 사회주의 세력과 타협하지 않았다. 김원봉의 목표는 오로지 조국 광복과 민족 화합이었다. 치열했던 그의 삶에 오늘 이 나라가 안고 있는 갈등과 분쟁을 풀어갈 대안이 있다.

 이 책은 소설 형식이 가미된 평전이다. 평생 리얼리즘 소설을 써 온 작가답게 생생한 현장감과 감성적인 문체가 돋보인다. 독자의 재미를 위해 소설이라는 서술 방식을 택했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일부 소설적 상상력을 더했다. 

 공적인 기록으로 확인할 수 없는 구체적 상황과 세밀한 내면 심리는 생존해 있던 김원봉의 가족, 독립투사와 후손들의 증언으로 채울 수 있었다. 저자가 선택한 이러한 팩션이라는 서술 방식을 통해 독자는 주인공 김원봉과 독립투사들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저자 이원규는 1992년 산둥반도와 랴오둥반도를 거쳐 만주를 횡단하고 북간도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독립투사들의 흔적을 찾았다. 우리나라 독립운동과 관련된 중국 지역을 약 20회에 걸쳐 답사했다. 러시아 연해주부터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까지 평양을 제외한 김원봉과 관련된 지역은 모두 답사했다.

 책에는 그동안 모아 온 사진과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까지 모두 116장이 실렸다. 그 중에는 김원봉의 육촌동생 김태근이 50년간 숨겨 뒀다가 처음으로 내놓은 사진부터 가장 최근에 발견된 북한에서의 김원봉 모습도 포함돼 있다. 오랜 세월 김원봉을 연구하며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와 사진이 독자에게 독립운동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할 것이다.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캐스린 길레스피 / 생각의길 / 1만8천 원

 책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사육되는 수백·수천만 마리 동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모든 동물들이 상품이 아닌 한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묻는다. 

 작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착취당하다가 동물피난처로 와 여생을 살게 된 동물들을 만나고, 그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개성과 삶의 발자취를 가지고 있는 생명임을 보여 준다. 인간이 만든 상품화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의 순환고리에 맞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와 대조되는 사육 동물들의 비참한 처지가 더욱 부각된다.

농장, 경매장, 도축장을 직접 탐방하며 기록한 이 고발적 르포르타주는 우리가 매일 먹는 고기가 어떤 폭력의 산물인지 낱낱이 밝힌다. 심지어 고기를 먹지 않아도 우유·달걀 등 비육류 동물성 식품의 생산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동물들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소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임신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린 송아지를 어미에게서 강제로 떼어놓아야 한다. 닭 역시 효율적인 달걀 생산을 위해 의도적으로 품종 계량을 거쳐 하루에 한 번씩 알을 낳는, 자연 상태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몸으로 진화된다. 

 이 책은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을 우리의 눈앞에 정면으로 들이민다. 나아가 경제논리에서 벗어나 하나의 온전한 생명으로 동물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인간과 동물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지구에 대한 의무
스티븐 부라니 / 스리체어스 / 1만2천 원

인류가 더 편리하고 쾌적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 낸 것들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가볍고 저렴한 재료다. 팜오일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트랜스지방을 훌륭하게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지방인데다 생산 비용도 저렴하다. 에어컨은 우리를 더위로부터 해방시켰고, 기후와 상관없이 대부분 지역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줬다. 콘크리트의 견고함은 도시를 떠받치고 보호해 준다.

 그러나 이 재료들은 분해되지 않는 쓰레기를 만들고, 숲을 태우고, 가스를 방출하며, 자연의 재료를 고갈시키면서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이 재료들은 산업화의 표준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쓰일 수밖에 없고, 사용량을 줄이기도 어렵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이 같은 악순환의 늪에 빠진 지구의 실상을 추적했다. 다각도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을 살피다 보면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지구를 망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나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에 대한 의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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