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1948년 2월 14일 공창제도 폐지령이 효력을 발휘해 공창제가 법률적으로 폐지됐다. 그리고 동년 3월 19일 미군정 장관은 공창의 신속한 퇴거를 요구하는 행정 명령 16호를 발포했다. 인천에서도 법률적으로 공창이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광복 후 제정한 공창제 폐지법은 공창제 폐지를 통해 창기들이 매매춘에서 벗어나 보호받고, 인격으로 대우를 받는 과정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창기들의 탈매춘과 매춘 폐지가 전제되지 않은 채 제정된 공창제 폐지법은 창기들에 대한 현실적인 자구책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

광복 이후 변화는 공창의 주요 고객이 일본인에서 미군과 연합군으로 바뀌었을 뿐 부산에 이어 1902년 두 번째로 탄생한 부도정 유곽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그러나 공창 시대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많은 수는 이미 소위 ‘사창’이라는 이름으로 변신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미군정하에서의 사창은 공창 폐지 후 더욱 빠르게 증가했고 다양한 형태의 유흥업으로 변모해 활개를 치게 됐다. 

인천은 광복 이후 미군이 최초로 상륙한 지역으로 초기부터 미군 기지가 형성됐다. 미군정은 미군 병사들의 성 욕구에 대해 무조건 억제 조치만을 취할 수는 없었다. 미군정은 병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매매춘을 묵인하면서도 단속을 강화했지만 미군 상대 매매춘은 증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군정은 공창 폐지보다는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공창이 폐지된 이후에는 기지촌 주변에 몰려든 사창을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해 인천 곳곳에 유엔군이 주둔하면서부터 기지촌이 자리를 잡아나갔다. 

전동 미 제110부대, 만국공원 미 고사포부대, 해안동 미군소방서, 21항만사령부, 송도 미 CAMP PAGE 포부대, 미 제439 공병대, 학익동과 용현동 P.O.L 송유부대, 학익동 미 제76 공병대, 부평 미 제8057부대, 부평 미 제69대대, 부평 미 해병대, 영종도 미 제68포 부대, 미 제44공병대 등 주로 미군 부대와 영국군 부대가 인천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리고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구호품과 생활필수품을 얻기 위해 전재민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고 군인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사창이 존재했다. 그간 선화동으로 지명이 바뀐 부도정의 유곽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소위 ‘유엔군 위안소’라는 이름으로 다시 10년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61년 5·16쿠데타 이후 집권한 군사정부는 사회정화 차원에서 선화동의 옛 부도유곽을 폐지키로 하고, 이곳 유곽을 숭의동으로 강제 이전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시 숭의동은 화학공업, 건축 자재업, 창고업, 알루미늄 공장이 밀집한 공장지대였고, 그때만 해도 인천에서 가장 외진 곳이었는데 현재 독갑다리 근처인 그곳은 바닷가로서 먹고 살길이 막막한 곳이었다. 도심에서의 강제 추방과 격리가 엘로하우스의 탄생이었다. 미군의 재고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곳이어서 옐로하우스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는 이곳은 일시적으로 도심지내에서 정화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낮과 밤 구분 없이 손님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하는데, 1980년대에는 외국 선원들을 상대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달러 박스’로도 기능했다 한다. 그리고 한적한 해변가 마을이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으로 변모하자 또다시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돼 갔고 도심지 내에서의 ‘퇴출’ 정책이 우선적으로 강구돼 갔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공표와 더불어 매춘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은 이 땅에서 사라졌다. 발효된 특별법에서는 ‘성매매’라는 용어가 사용됐는데 이들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하고 있었다. 사회 구조 안에서 발생한 흑역사였기 때문이다. 근 60년간을 오욕의 세월로 지탱했던 옐로하우스는 도시 발전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하루빨리 정비가 필요한 지역으로 지적돼 왔고, 이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옐로’라는 색깔의 의미처럼 그 터가 상처를 회복시키는 치유의 공간으로 재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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