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시모집 비중을 늘려 입시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대입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고 나선 가운데 대학 당국과 학부모는 물론 교원단체도 각각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어 오락가락 하는 교육정책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 정시모집 확대 계획과 관련해 "전국 모든 대학 정시 비중 상향이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쏠림이 높았던 대학이 적정하게 균형을 맞추도록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적어도 부모 영향력은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혁과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정시확대 등 공정한 교육제도 주문에 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학생부와 수능 어느 쪽이 공정한가. 수시전형은 객관성·공정성을 중시하는 대입전형에 다양한 평가 방식을 접목시켜 학교 수업과 평가의 혁신이 가능하고, 성적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수능시험은 온전히 학생 스스로가 해내는 것이지만 학종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데 있다. 학교마다 선생마다 수준이 다르고 평가기준도 각각인 데다, 꿈을 키워 가야할 학생들이 부모가 만든 로드맵대로 따라가야 대학 입학을 성공한다는 지금의 수시제도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투명하지도, 공정하지 않으면서 복잡한 대입제도를 다양성으로 정당화시키기엔 부작용이 너무 크다. 

그동안 학종은 기재 항목이나 분량을 크게 축소하는 등 개선돼 왔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시가 더 공정하다는 일반인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물론, 정시모집도 현 시점에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전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교육인프라 접근에 개인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교육현장에선 점수 줄세우기식 평가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하고, 수시 확대 이후 주요 대학 합격생들의 출신 고교가 다양해진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정시 확대 찬반 논란은 팽팽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벌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제도 개선은 또다시 미봉책에 그치고 논란은 계속 반복될 것이란 점이다. 지금은 제도에 대한 섣부른 평가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때다. 이달 중 교육정책 방향을 결정할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과정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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