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험은 전혀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에 집중했던 ‘잘 살아보세’라는 패러다임이 깨져야만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합니다."
 

조천호 초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13일 송도 쉐라톤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402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적 변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는 지구의 기온이 2℃ 올라가면 회복력을 상실해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봤다"며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제48차 총회에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1.5℃ 온난화’가 심각한 위험을 일으킨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부터 1℃만 높아져도 파괴상태가 되고 0.5℃가 높아질 때부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조 전 원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2010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가뭄 사례로 설명했다. 폭염사망자가 5만5천여 명에 달했던 당시 가뭄으로 러시아의 곡물생산이 20% 감소하며 수출을 중단했고, 밀 가격이 60% 올랐다. 밀가루 가격 상승은 밀수입에 의존했던 아랍과 북아프리카 국가의 폭동으로 이어져 난민과 안보문제가 됐다.

조 전 원장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2030년께는 여름 내내 폭염이 지속되는 극단적인 날씨가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여름철 아시아의 몬순(계절풍)이 바뀌면 수억 명이 기아상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난화를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로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순제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감축을 하면 매년 18%씩 줄여야 2050년에 배출량이 순제로가 된다

조 전 원장은 "매년 18%씩 감축하는 것은 IMF 경제위기 때 배출량이 줄어든 수준"이라며 "2000년부터 이산화탄소 감축을 했다면 매년 4%씩 배출량을 줄이면 되지만, 이제는 전세계가 전시사태로 가야 막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파리기후협약 당시 체결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와 좋은 사회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성장을 가장 우선순위에 뒀다면, 이제는 지구의 안전을 우선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 원장은 "경제와 사회, 환경 등에 대한 가치의 위계가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려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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