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역 인근 인현중앙로 지하도상가 출입구. /사진 = 기호일보 DB
동인천역 인근 인현중앙로 지하도상가 출입구.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지역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인천시의 갈등은 원칙과 현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적절한 행정재산 관리를 위해서는 상위법에 어긋나는 현행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조례 개정이라는 원칙에 앞서 피해자가 될 이해당사자인 상인들의 상황을 살피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현실적인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바르게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밀어붙이기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인들의 이해를 구했다는 점에서다.

서울시는 2017년 인천보다 앞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를 개정하려다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개정 조례안에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인천처럼 상임위원회에서 한 차례 보류됐다가 1년 후인 2018년 통과됐다.

조례가 통과되기까지 상인들을 상대로 한 계속된 설명회와 설득의 과정이 약이 됐다. 조례안 통과 과정에서 처리에 반대하는 상인들은 소송으로 대응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상생 과정을 거치며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박정숙 의원은 잘못된 조례가 제정된 것은 근본적으로 시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례 개정으로 예상되는 상인들의 피해와 고충은 어떻게든 시가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원인을 시가 제공한 만큼 시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정숙 의원은 "지하도상가를 일반재산으로 바꿔 관리조례를 만든 타 지역과 달리 인천시는 지하도상가를 그대로 행정재산으로 둔 채 상인들에게 관리 부담을 떠넘기는 등 스스로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며 "대부료를 감면하거나 일부 상인들에게 유예기간을 늘려 주는 등 하나씩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충분한 합의와 고민을 거쳐 조례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례 개정에 앞서 상인 및 점포별 잔여 계약기간과 투자금 등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같은 지하도상가라도 꼭 구제받아야 하는 상인과 이미 투자금 회수가 끝나 나가도 되는 상인이 공존하는 등 분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인들 역시 자신의 상황을 소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파악된 현황은 조례 개정 이후 효율적으로 시 재산을 관리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를 입는 상인에게는 가능한 선에서 마땅히 보호 방안을 세워 주고, 나가야 하는 상인은 무리하게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물러나도록 분명한 현황 파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약서 확인 등 잔여 계약기간, 투자금액,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필요한 기간 등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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