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사방팔방으로 우려했던 경제상식이 무너져 버리고 정규분포를 벗어난 최악의 ‘블랙 스완(Black Swan)’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적 있는데, 두 번의 위기, 모두 국내 요인도 작용했지만 근본 원인으로는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소규모 개방 경제가 주원인이었다. 국가경제의 위기관리는 조직의 위기관리와 원칙상 동일하며, 위기상황을 조기에 파악하고 위기의 전이(轉移)를 최대한 억제 한 후 경제를 정상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사후적으로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국가 경제의 평판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며 최종적으로는 위기에 대비해 각종 경제 제도와 원칙을 정비해야 한다. 이는 바로 블랙 스완 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블랙 스완(Black Swan)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미국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그의 저서 「검은 백조(The black swan)」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유래됐다. 블랙 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월가에서는 이를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를 언급할 때 사용한다. 발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충격이 큰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2008년도 금융위기는 블랙 스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어려움에 직면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대외적 글로벌 경제 둔화가 좀 더 큰 원인도 있지만 국내 경기 자체가 하강 측면에 있는 것과 인구 구조적 문제, 소비패턴 변화, 산업구조 변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내 투자와 수출이 부진을 겪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제1위 수출국인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처음으로 6% 미만인 5.8%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며,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3년 만에 ‘역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통관 기준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줄어든 467억8천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국내외 경고가 커진 가운데, 한편에서는 생산설비 투자 같은 일부 경기지표들의 개선 사항들을 들어 긍정적인 낙관론을 들고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경기 판단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경제 및 경기 동향을 좀 더 냉철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현 주소는 ‘블랙 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위험한 일이 발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즉 다시 말해, 한국 경제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스톡데일 장군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면서 "스톡데일 장군은 수용생활을 견디지 못한 사람의 특징을 묻는 말에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거부한 채, 내일이면 풀려나겠지’라고 기대만 하는 낙관주의자들이었다"라고 설명하면서 그는 "절망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그 현실에 적응시켰다"라며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관계당국과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는 언제 찾아올 지도 모르는 블랙 스완(Black Swan)에 충분히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단 1%의 가능성까지 예측하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싶다면 늘 면밀하게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언론과 금융가에서 예견하는 경제위기는 가능성이 ‘0’에 가까운 블랙 스완이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폭풍우가 언제라도 밀려올 수도 있다는 유비무환의 태세로 경제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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