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 물꼬 못 튼 未生川 ‘융복합 수변관광지’ 새 판 짠다
상태바
활성화 물꼬 못 튼 未生川 ‘융복합 수변관광지’ 새 판 짠다
4. 경제논리에 치이다 계륵 된 아라천
  • 박정환 기자
  • 승인 2019.11.1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라천 전경.
아라천 전경.

‘인위(人爲)’는 곧 ‘거짓(僞)’이다. 인간의 개입 자체가 거짓의 뿌리다. 어느 곳, 어느 때 가릴 것 없이 인간의 작위(作爲)는 생산성과 경쟁력, 효율성이라는 신화로 받들었다. 섬을 뭉개고 물길을 막아 도시를 건설했다. ‘기계(機械)의 마음’으로 자연을 속여 왔다. 풀려야 할 인간의 삶은 앙상해져 갔다. 기계의 효용성과 생산성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의 경감에 닿지 않고 해고와 실업을 낳았다. 금욕을 소명으로 하는 자본의 사회는 자연을 거스른 채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켜켜이 쌓는 왜곡시대로 빨려 들었다.

 1966년 대한민국 최초의 내륙 인공 운하 ‘아라천(경인아라뱃길)’ 건설계획이 나왔다. 그해 8월 31일 국토계획심의회의는 경인특정지역 개발계획을 의결했다. 아라천과 공업단지 건설의 밑그림이었다. 인천시 서구 원창동 율도~서울시 영등포구 가양동 간 21㎞에 운하를 뚫어 1천t급 선박과 바지선을 띄우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라천 건설계획은 경인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서해 인천 율도에서 서울 한강을 거쳐 강원도 영월에 이르는 매머드급 프로젝트였다. 배로 영월 등지의 석탄 등을 수도권에 나르겠다는 복안이었다.

 공업단지 조성계획도 거창했다. 운하 끝자락인 율도 앞 갯벌 30㎢를 메운 임해특정공업단지였다. 전력은 팔당댐(8만㎾)과 한강 행주댐(2만㎾)을 건설해 수력발전으로 충당키로 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인천 지역사회를 한참 시끄럽게 했던 강화조력 건설도 이때 나왔다.

 경인특정지역 개발계획은 지금 청라국제도시인 청라 매립 사업 목적을 수산양식에서 공장부지 조성으로 바꿔 놓았다. 양식장을 만들려던 이명수 전 봉덕학원 이사장은 1968년 2월 16일 건설부로부터 매립(1천27만㎡) 목적변경 허가를 얻었다. 한화그룹의 창업주인 김종회 회장도 이듬해 10월 20일 청라도 인근 원창동 공유수면 88만8천500㎡를 공장부지 조성용으로 매립허가를 받았다. 국내 최초의 민간자본 발전소 인천화력의 터였다.

 아라천과 공단 개발사업은 타당성 부족, 국가사업과의 중복 등 이유로 1982년 12월 18일 멈췄다. 동아건설산업㈜이 1980년 1월 14일 청라도 인근 공유수면 매립지(김포간척지)를 농경지 조성용으로 농림부의 매립면허를 얻은 지 2년 뒤였다.

 아라천 건설계획은 1977년 4월 13일 부천시 오정동~서울시 간 폭 50m, 길이 6.3㎞로 쪼그라들어 고시됐다. 이마저도 2009년 아라천 착공이 있기까지 32년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1998년 4월 17일 농림부 장관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수백㎞에 달하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8년 만에 끝낸 동아건설산업㈜이 고작 10.6㎞ 길이의 용수로 공사를 11년째 질질 끌고 있다. 동아는 진정 김포간척지를 농경지로 조성할 의지가 있는가?"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에게 쏘아붙였다.

인천터미널.
인천터미널.

 최 전 회장이 일주일 뒤 서명할 40억 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양해각서를 디밀며 김포간척지의 용도변경(농경지→첨단산업·관광단지)을 시도했다. 최 전 회장의 입장에선 1988년 2월 10일 김포간척지(3천800만㎡) 중 수도권매립지(2천75만㎡) 터를 헐값에 내준 터라 떼쓸 만도 했다. 김 전 장관은 "가당치 않다"며 일갈했다.

 궁지에 몰린 최 전 회장은 양해각서 체결을 거두면서 얼토당토않게 수로 건설비 지원을 요청했다. 수로 사업비는 259억8천만 원이었다. 사업기간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였다. 김포 신곡양수장에서 10.6㎞의 수로를 확장하고 보강하는 내용이었다.

시천가람터 시계탑자전거길.
시천가람터 시계탑자전거길.

 동아는 보상할 땅값 상승과 토지주의 비협조 등 갖은 토를 달아 수로 개발을 미적댔다. ‘수로를 건설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네’, ‘아라천(굴포천 방수로) 통과 예정 구간 950m 탓에 수로를 뚫을 수 없네’.

 김 전 장관은 최 전 회장의 요청을 단칼에 잘랐다. 농림부는 동아가 김포간척지를 농경지로 조성할 의지가 있으면 아라천 통과 구간을 뺀 나머지 구간만이라도 착공하라고 윽박질렀다.

 동아의 계획은 실패한 희망이었다. 부도로 김포간척지(1천223만㎡)가 1999년 5월 31일 6천355억 원에 국가 소유로 넘어갔다. 재정경제부는 김포간척지를 2013년 8월 1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조7천억 원을 들여 2009년 3월 길이 18㎞, 너비 80m, 수심 6.3m로 아라천을 착공해 2012년 5월 25일 개통했다.

굴포천.
굴포천.

 경제성의 굴절 속에서 억지로 풀어낸 아라천(경인항)은 제 노릇의 갈피를 잃었다. 경인항의 화물은 지난해 5월까지 6년간 404만t이었다. 당초 계획(4천717만t)의 8.5%였다. 애초 기대했던 물류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경인항 양 끝단에 인천(280만㎡)과 김포(200만㎡) 터미널을 지었다. 그 배후에 114만5천㎡의 물류단지를 뒀다. 

 그렇다고 (국가)하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바닷물과 민물을 담고 있는 아라천 주운수로의 수질은  3등급으로 그리 깨끗한 편이 아니다. 짠물은 아래, 민물은 위 따로 층을 이뤄 서로 섞이지 않는다.

아라천 유람선.
아라천 유람선.

 자연히 아라천으로 흘러가야 할 굴포천 물은 수위 조절용 고무 보에 막혀 거꾸로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역리(逆理)에 갇혔다. 오존 살균까지 한 굴포천 유지용수(설계량 하루 9만t)는 흐르지 못해 생기를 잃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수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굴포천 물을 아라천에 받지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이도 저도 아닌 아라천을 상업, 여객, 공공서비스가 어우러진 융·복합 수변 관광지로의 탈바꿈을 궁리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 기능 재정립 공론화위원회’도 꾸려졌다.

 문제는 아라천의 72%인 개발제한구역과 하천구역이다. 관광에 필수인 휴게나 상업, 유원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세계로 나아가는 물길, 세계를 받아들이는 물길’ 아라천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가톨릭환경연대와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엽합은 14일 인천YMCA 아카데미실에서 ‘경인운하 아라뱃길 새로운 기능재정립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공동기획>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