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는 순간(서울=연합뉴스)  = 15일 오전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다.
긴장되는 순간(서울=연합뉴스) = 15일 오전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다.

 "2020년 대입 수능 다들 잘 봤나?"

 2020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고 한 3학년 이과반 교실에서 구자선 3학년 부장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의 "아~"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곳곳에선 웃음소리도 터져 나왔다.

 구 부장교사는 "잘 봤다는 건지, 못 봤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나눠 받은 가채점표에 모두 만점 받았다고 적지 말고 나온 점수대로 적으라"고 했다.

 홀가분한 기분에 얼굴에 웃음기가 어렸던 학생들은 가채점표에 펜을 갖다 대자 표정이 어두워진 모습이었다. 몇몇 학생들은 친구들이 옆에서 웃고 있어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구 부장교사는 "수능을 잘 본 사람은 정시에 지원이 가능하고,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으면 수시로 가야 하기 때문에 남은 논술과 면접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가채점표를 잘 적어서 제출해라"고 독려했다.

 가채점표를 기입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적어 내려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어떤 학생은 "선생님, 힘이 없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쉽사리 가채점표를 적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구 부장교사는 "인생이 올해 다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차분히 작성해 보라고 권유했다. 가채점 결과가 실망스러웠는지,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나왔다.

 조유주(18) 군은 "언어영역 중 화법과 작문 부분이 어려워서 막혔었는데, 억지로 풀려고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넘어간 것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희성(18) 군은 "이번 수능 어땠냐"는 질문에 "어땠다고 해야 할지…"라며 말문이 잠시 막히더니 "컨디션 조절을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문과반 수험생 가수연(18) 양은 "수리 나형은 소위 ‘킬러’ 문제로 불리는 고난도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풀렸고, 오히려 나머지 문제들이 헷갈려 시간 분배를 위해 잘 안 풀리는 문제는 일찌감치 제외했다"고 했다.

 김유리(18) 양은 "언어 영역은 비문학 부분에서 작년 수능 문제 중 31번 문항 같은 ‘킬러급’ 문제는 안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영어는 채점을 해보니 앞 번호대에서 은근히 많이 틀렸고, 사회탐구 영역 중 사회문화는 개념을 묻는 문제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고의 한 이과반 학생 30여명은 전반적으로 밝은 표정으로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대부분 언어영역 중 비문학 파트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BIS) 비율에 관한 문항에서 점수가 깎였다는 반응이었다.

 김성락(18) 군은 "언어영역은 작년보다 쉬운 편이었지만 BIS 비율 지문 문제를 많이 틀렸다"며 "문학 파트는 답에 확신이 있었고 공부한 만큼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수리 가형 영역에 고난도 문제인 ‘킬러’ 문항에 준하는 ‘준킬러’ 문항이 더 어려워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김 군은 "과학탐구 영역은 물리와 지구과학을 봤다"며 "물리는 괜찮았고 지구과학이 헷갈렸다. 물리 19번이 ‘돌림힘’에 관한 문제였는데 처음 보는 거라 당황했지만 맞히긴 했다"고 말했다.

 최모(18) 양은 "언어영역의 비문학 문제가 쉽게 나와 BIS 비율 문제에서 당황했지만 차분히 풀었고, 수학은 보통 수준이었다"며 "생명과학은 어려운 편이었고 지구과학은 까다로운 문제가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유진(18) 양은 "이번에 사촌도 수능 시험을 봤는데 시험을 마친 뒤 BIS 비율 문제에 대해 ‘이거 찍었지’라고 묻더라"며 "그래서 ‘이건 그냥 찍어야 했던 문제’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학교 최상위권 학생인 송기산(18) 군은 가채점 결과 언어영역과 수리 가형이 100점이었고, 전반적으로 고득점을 얻었다. 

 송 군은 "9월 모의고사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BIS 비율 문제는 푸는 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시간이 충분해 풀 수 있었다"며 "언어영역은 작년과 다르게 특별히 어려운 문제는 없었지만 과학탐구 영역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김정애 담임교사는 "작년엔 ‘불수능’이어서 학생들 표정이 다들 어두웠는데, 전반적으로 체감 난도가 작년보다 낮아 표정이 밝아진 것 같다"며 "점수가 전반적으로 잘 나왔기 때문에 등급이 생각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 학교 문과반 수험생 변모(18) 군은 "수리 나형은 어려웠고, 사회탐구 영역으로 경제와 한국지리를 선택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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