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을 이춘재(56)로 잠정적으로 결론을 지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해당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수사본부는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이춘재가 진술한 내용이 당시 사건 현장상황과 대부분 부합하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등을 토대로 이처럼 결론을 내렸다.

반면 수사본부는 윤모(52)씨의 과거 자백이 사건 현장상황과 모순된 점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박 양이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입고 있던 속옷에 대한 이춘재의 자백과 윤 씨의 당시 자백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춘재의 자백이 훨씬 구체적이고 실제 상황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진술은 박 양의 목에 남은 흔적과도 일치한다.

경찰은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이춘재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이 사건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지는 않은 상태다.

또 수사본부는 과거 경찰이 윤 씨에 대해 고문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는지와 당시 윤 씨가 범인으로 특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 현재까지 확인된 부분을 우선 공유하고자 브리핑을 마련했다"며 "이 사건으로 복역한 윤 씨가 최근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재심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당시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부했다"고 말했다.

화성 8차 범행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으며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러나 경찰이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 등 모두 14건의 살인을 자백하고 윤 씨가 억울함을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지졌다.

이에 수사본부는 이 사건 발생 당시 22세로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다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까지 받은 윤 씨와 최근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 중 누가 진범인지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심언규 기자 sim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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