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사람들과 ‘함께’ 봉사하며 따뜻하고 맛있는 행복을 전하겠습니다."

<br>

의정부시 봉사단체 ‘블랙엔젤’을 이끌고 있는 이상빈(54)단장은 베테랑 중국집 요리사 경력을 살려 2015년부터 ‘짜장면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무런 기관 도움 없이 무작정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녔다. 아내와 지역 경로당을 돌며 짜장면을 대접했는데 ‘사익 때문이 아닐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마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묵묵히 봉사를 계속하자 이 단장을 찾는 곳이 많아졌고, 10∼20인분으로 시작했던 짜장면이 어느덧 서울 쪽방촌 700명의 식사로 이어졌다.

이 단장의 선행이 알려지자 하나둘 나눔에 동참하는 동료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지난 8월 20여 명으로 구성된 ‘블랙엔젤’을 정식 출범하기에 이른다. 블랙엔젤이란 명칭은 짜장면 빛깔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과 남을 돕는 일에 나서는 ‘천사’를 합쳐 만들었다. 동시에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추는 천사들의 활동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단장은 블랙엔젤의 명칭과 로고를 제작해 준 부인, 자신과 뜻을 함께 해 준 단원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표한다. 의욕만 앞선 채 홀로 활동하며 힘들어하던 그에게 ‘함께’라는 의미를 되새겨 줬기 때문이다. 특히 단원 중에는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노인들도 있어 항상 봉사의 참뜻을 되새긴다고 한다.

과거 이 씨는 무심코 지인을 따라 보육원을 방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고 봉사에 관심이 생겼다. 10여 년 전부터 기부 위주의 활동을 하다 2013년 친형의 갑작스러운 작고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결심하게 된다.

이 단장은 봉사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고 시간적 여유를 벌기 위해 대리운전 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 직접 대리운전을 하고 쪽잠을 자면서도 봉사가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이른 아침부터 면을 뽑고 나설 채비를 한다.

이 단장은 고객들에게 배차 문자와 함께 다음 날 ‘천원의 행복짜장’이란 제목으로 최근 봉사활동에 대한 내용을 전송한다. 그는 "지인들에게는 가끔 이용을 권유하지만 초창기처럼 오해를 살까 걱정돼 오히려 적극적인 홍보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손님에게는 본인이 사용한 돈이 남을 돕는 일에 쓰인다는 것을 알려 간접적으로라도 나눔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블랙엔젤은 주로 한수이북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올 여름 청주 수해 현장, 한센병 환자 거주지역 소록도 등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따뜻하고 맛있는 한 끼를 제공했다.

이 단장은 "맛있게 식사를 하는 이웃들의 얼굴을 보면 보람차고 절로 힘이 난다. 특히 청각장애인분들이 수화로 감사의 뜻을 전했을 때 뭉클했던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다"며 "단순한 한 끼 식사지만 식사를 하는 시간만큼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든든한,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맛있고 푸짐한 짜장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김상현 기자 ks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