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의 친환경 물류 운송체계’라는 기치로 2조7천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의 내륙 뱃길로 변모한 경인아라뱃길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운하를 통한 화물·여객 처리 실적이 예상치를 훨씬 밑돌고, 차선책으로 내세운 레저·관광 또한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수조 원을 들여 만든 거대한 자전거도로’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본보는 경인아라뱃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 보고 이를 극복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인아라뱃길 조성 사업 초기 방수로 공사 모습. <사진=한국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 조성 사업 초기 방수로 공사 모습. <사진=한국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이 뚫리기 이전의 굴포천 일원은 홍수 다발 지역이었다. 6월 민주항쟁 직후였던 1987년 여름, 이곳에서 큰 홍수가 발생해 16명의 주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홍수로 인해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후보는 경인운하 건설공약을 발표하고, 대통령 취임 후 굴포천 치수종합대책을 내놓는다.

경인운하 건설의 목적은 ▶홍수 피해 방지 ▶물류·여객 운송 수행 ▶지역주민의 관광·레저 증진 등이 주요 골자였다. 평상시 운하의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홍수가 나면 방수로 기능을 통해 홍수 예방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인천과 김포 등 두 지역의 항만을 이용해 해상 물류 운송을 촉진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고려했다.

여기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위락시설을 조성한다는 장밋빛 계획이 더해지면서 경인아라뱃길은 ‘대한민국 최초의 현대적 내륙 운하’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경인운하는 1991년 굴포천 방수로 사업의 기본계획 수립 후 1995년 민간투자대상사업으로 바뀌었다. 이후 다시 민간에서 한국수자원공사로 사업주체가 바뀌면서 2009년 초부터 2년여에 걸친 공사를 통해 2012년 5월 길이 18.7㎞, 면적 157.14㎢, 너비 80m, 수심 6.3m 규모로 개통한다. 명칭도 경인운하에서 경인아라뱃길로 바뀐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현대적 내륙 운하로 많은 장밋빛 계획을 한몸에 받았던 경인운하는 초기 사업 계획 목표치와 달리 선박 물동량과 여객 운송 실적이 떨어지며 물류와 여객 기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매년 어마어마하게 지출되는 시설 보수·유지 비용과 지자체 및 단체 간 마찰, 현실에 맞추지 못하는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그나마 기대했던 관광·레저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경인아라뱃길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자전거도로로서만 시민들의 각광을 받고 있을 뿐이다.

이한구 전 인천시의원은 "경인아라뱃길은 당초 5천억 원 규모의 방수로 역할을 하는 생태하천으로 조성했어야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2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사업이 됐다"며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경인아라뱃길의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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