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다례교육 물꼬 터줘야… 학교서 수업한다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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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다례교육 물꼬 터줘야… 학교서 수업한다면 금상첨화
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
  • 홍봄 기자
  • 승인 2019.11.20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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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꽃이 만발했을 때 아래를 보는 것처럼 차 문화는 나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문화입니다.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이런 교육을 받는다면 훌륭한 인격이 형성될 것이며 우리나라를 빛낼 인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0년부터 청소년들의 손끝에서 차(茶) 문화를 꽃피웠던 ‘전국 인설 차 문화전-차 예절 경연대회’가 올해 성년을 맞았다. 대회를 통해 그동안 8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과 예절을 알고 효(孝), 예(禮), 지(智), 인(仁)을 배웠다. 

㈔규방다례보존회와 한국차문화협회, 가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차 예절 경연대회로 명맥을 잇고 있다. 오는 23일 열리는 제20회 경연대회를 앞두고 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에게서 차(茶) 문화에 담긴 교육의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청소년에게 차 문화를 가르치는 것은 선대 때부터 이어졌다. 고(故) 이귀례 명예이사장은 1970년 차인들과 함께 어깨띠를 하고 종로를 행진하며 우리 차의 우수성과 효능을 널리 알렸고, 1979년 ‘한국차인회’로 본격적인 한국 차 문화 보급 대열에 서기 시작했다. 1984년 차인 문화 동호회인 ‘인설회’를 구성한 후 한국의 차 문화를 정립하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1991년 한국차문화협회가 만들어졌다. 2000년도 초반부터는 청소년들에게 차 교육을 시작했다. 이 명예이사장은 북으로는 대성동마을에서 남으로는 압해도까지 찾아가 30만 명 이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대일 무료 교육을 했다. 특히 차 예절을 배우는 청소년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매년 ‘전국 청소년 차 문화전 및 차 예절 경연대회’, ‘인설 차 문화 대전’을 열었다.

최 이사장은 "다례는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차를 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예(禮)와 그 바탕인 ‘인간에 대한 존중’을 배운다. 두 손으로 드리고 받고, 윗분에게 먼저 드리는 등 예를 다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예절 교육이 이뤄진다면 갈수록 문제가 커지고 있는 학교폭력, 청소년 범죄, 어린이 학대, 불효 등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 이사장은 "어머니는 사람에게 올바른 인성을 형성해 주는 차 문화를 보급하는 일이 곧 애국이라 믿으셨다"며 "인설 차 문화전이 성년을 맞은 것은 어머니 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유치원·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차 문화로 무료 차 예절 교육에 중점을 두셨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 역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협회가 20년 넘게 전국 청소년들에게 차 문화전과 차 문화 경연대회를 꾸준히 여는 까닭이다. 매주 대학 수업에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2007년부터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서 ‘한국민속과 예’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민속과 예’는 가천대의 1천800여 개 교양과목 중 1분 만에 접수가 마감되는 인기 과목이다. 

최 이사장은 대학생들에게 차의 기원·역사·종류·효능부터 차를 만들고 내는 기술을 직접 가르친다. 또 한복 등 복식예절과 인사예절도 교육한다. 학생들에게 국내외에서 구입한 동물 모양의 차 거름망을 소개하고 하나씩 나눠 주기도 하면서 젊은이들이 전통차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유도한다.

최 이사장은 "차 문화와 예절을 배우는 학생들은 스펀지처럼 그것을 빨아들여서 절대 잊지 않는다"며 "어릴 때부터 절을 하고 차를 우려내 마시는 과정을 배우며 인내심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학교폭력은 발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11호 규방다례 보유자인 최 이사장에게는 문화를 지켜 나가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자 목표다. 삼국시대나 고려 때 우리 조상의 일상이었던 차 문화가 지금은 많이 쇠퇴된데다, 커피가 우리 차 문화를 대신해 너무나 빠르게 자리잡았다. 또 차 문화를 배웠다고 해도 계승되는 과정에서 변질되는 일도 많다. 전통을 잇는 어려움은 한국차문화협회 27개 지부 중 일본 교토지부가 생긴 과정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에 사는 교포 3세들이 6~7년 동안 한국을 돌아다니며 차 문화를 배우려 했으나 일본 차 문화와 유사한 다법만 있을 뿐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발견하지 못했다. 수년의 시도 끝에 포기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한국차문화협회 대구지부장을 만나 규방다례 시연을 통해 진정한 한국의 차 문화를 접하게 됐다. 그만큼 전통 한국 차 문화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에 최 이사장은 우리 것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일념 하에 3년에 한 번씩 직접 보수교육을 하고 있다. 사범들이 자기 몸에 맞게 바꿔 차를 가르치지 않도록 철저하고 엄격하게 관리한다.

최 이사장을 비롯한 협회 이사장들은 사재를 모아 자발적으로 차 문화 보급활동을 한다. 우리 문화를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문화의 소중함을 알아주지 않아 속상할 때도 있다. 일본만 해도 도심 곳곳에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이 있지만 우리는 어디에도 차 문화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 이사장은 "사비를 내 가면서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가 칭찬이나 격려를 해 주지도 않는다"며 "정부나 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고, 사회적으로도 문화 분야에 후원할 수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들이 차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수학이나 영어 등의 실용적인 교육을 받길 원하다 보니 교육을 확산시키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차 문화 대전도 시험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아쉽다. 

최 이사장은 학생들이 수학과 영어보다 중요한 인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많은 학생들이 차를 통해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청 등 행정기관과 더불어 학교교육과 연계한 차(茶) 수업이 가능하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 

최 이사장은 "오는 주말 열리는 인설 차 문화전은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의 맛과 멋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소중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학생들이 차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고, 많은 시민들이 차를 마셔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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