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도청 탐지 시스템 설치 필요성에 대한 논란<본보 9월 30일자 1면 보도>이 계속되자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19일 시의회에 따르면 인천시는 내년도 예산에 ‘상시 무선도청 탐지시스템 구입비 1억9천374만 원’과 ‘상시 무선도청 탐지시스템 설치 공사비 1천만 원’을 각각 편성했다. 의장실과 1·2부의장실, 의회운영위원장실, 기획행정위원장실, 문화복지위원장실, 산업경제위원장실, 건설교통위원장실, 교육위원장실 등 9곳에 상시 무선도청 탐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해당 예산은 시의원들의 요구로 세워졌다.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통신보안을 강화해야 하고, 정보 유출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도청 탐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의원실에 도청 탐지 시스템을 설치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또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도청 장치가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도청 탐지 시스템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과도한 운영비도 문제가 됐다. 1년에 운영비로만 2천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돼서다.

시의회는 비판이 잇따르자 결국 의장실 1곳에만 도청 탐지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예산은 당초 2억 원에서 6천만∼7천만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20일 회의에서 ‘2020년도 의회사무처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의하며 이같이 사업비를 조정할 예정이다.

노태손 의회운영위원장은 "불법 도청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위해 도청 탐지 시스템을 설치하려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어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축소해 의장실 1곳만 설치하는 것으로 예산을 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