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창문
편혜영 / 은행나무 / 1만2천 원

2019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호텔 창문」이 출간됐다. 

 작가 편혜영의 작품을 표제작으로 한 이 책에는 ‘호텔 창문’과 6편의 수상후보작이 함께 실렸다.

 ‘호텔 창문’은 죄 없는 죄의식에 대한 작품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 본인도 손쓸 수 없는 불행을 겪은 한 인간이 겪는 죄의식을 그려 냈다. 주인공 운오는 사촌형 대신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형의 삶을 대신해 열심히 살아야만 했고, 형의 부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온전히 떠안아야 했다. 형은 죄를 많이 지었지만 죄의식 없이 살았고 죄 없이 죽었다. 반면 운오의 경우 죄를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죄의식이 먼저 주어졌다. 큰집에 얹혀산다는 상황이 죄가 되건 아니건 상관없이 운오는 죄의식부터 강요받았다. 

 그 없는 죄의 부채감을 삶의 한편에 지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에서 죄 없는 죄의식에 대한 섬세한 성찰이 드러난다.

 함께 실린 6편의 수상후보작 역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문학으로 돌파해 낸다.

 사랑 앞에서 벌어지는 비합리적 선택을 위로하는 동시에 질타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굴절된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 낸 김금희의 ‘기괴의 탄생’, 예술가와 보헤미안이라는 낭만주의적 소재를 자본주의적 현재의 시공간 안에서 기묘하게 비틀어 보는 김사과의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퀴어 커플이 겪는 인정받음의 메커니즘과 껄끄러운 삶의 질감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김혜진의 ‘자정 무렵’이 후보작 리스트에 올랐다. 

 이주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은 비극 이후의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질문하며 할머니, 이모, 아이로 이뤄진 대안적 공동체를 조명한다. 조남주의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학내 성추행을 둘러싼 여러 층위의 고민을 다루면서 할머니 세대에서 어머니 세대로, 다시 자녀의 세대로 이어지는 이해와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작품이다. 두 기혼 여성 간 감정의 결을 짚으며 그동안 무성적 존재로 여겨진 어머니를 재발견하게 하는 최은미의 ‘보내는 이’ 역시 세대를 확장하고 교차하며 문학적 순간들을 다룬다.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
재레드 다이아몬드 / 김영사 / 2만4천800원

책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60명 문명 탐사 결정판이 나왔다. ‘미래의 기회’ 편인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는 인류사적·문명사적으로 거대 담론을 논했던 기존 작품과 달리 보다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 세계에 집중한다.  저자는 무엇이 위기인지 정의하고, 국가적 위기 해결을 위한 핵심 요인을 12가지로 설명한다. 그 핵심은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정직하게 평가한 뒤 새롭게 닥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부분과 바꿔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가려 내고, 궁극적으로 선택적 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최선의 해법을 제안한다. 국가 간 불평등, 환경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터닝포인드를 내놓는다.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세바스찬 알바라도 / 하이픈 / 1만7천 원

 우리가 사랑한 마블 속 과학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첨단 수트를 입고 하늘을 날며 에너지 펄스를 쏘는 억만장자, 거미줄을 발사하며 고층 건물을 기어오르는 천재 소년, 수십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웜홀을 열고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까지. 마블의 각종 설정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 삶 속의 크고 작은 과학과 연관돼 있다. 

 이 책은 마블의 43개 에피소드를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리얼한 현실 과학을 풀어냈다. 앤트맨의 양자 영역에 프랙털 우주론과 양자 중첩 상태를 연결하는 등 현존하는 과학과 상상력의 유사도를 비교하며 실현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히어로가 된 블랙 팬서와 빌런이 된 킬몽거에게서 유전학을,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에게서 냉동 인간 기술을, 타노스의 리얼리티 스톤에서 광학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창의적인 사고와 실재하는 과학을 통해 창조된 마블 히어로들의 힘과 그들을 실제로 재현해 낼 방법을 소개하며 히어로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의 눈을 통해 우리는 현존하는 과학과 상상력의 유사도를 비교하며 오랫동안 꿈꾸던 미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과학을 잘 알수록 영화 역시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