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동 원정 2연전을 끝으로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태극전사들은 12월 올해 마지막 경기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앞두고 다시 소집된다. 이 대회는 A매치 데이에 치러지지 않아 해외파 차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동 원정 2연전은 ‘완전체’ 벤투호의 시즌 최종전이었다. 벤투호는 이번 원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허약한 공격력에 수비력도 무뎠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 목표 달성을 노리는 가운데 부상한 과제다.
▶무득점으로 드러난 빈약한 공격=벤투호는 지난달 15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3차전(0-0), 이달 14일 레바논과의 4차전(0-0), 19일 브라질과의 친선전(0-3)까지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브라질전을 통해 지난해 9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최다 A매치 실점마저 떠안았다.
FIFA 랭킹 3위 브라질전은 논외로 쳐도 북한·레바논 등 약팀을 상대로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김신욱(상하이 선화) 등 다양한 스타일의 아시아 최강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 축구는 최후방 수비진부터 시작해 전방 공격진까지 유기적으로 볼을 연결하는 점유율 위주의 ‘빌드업 전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그라운드 상태, 상대의 밀집수비를 한 번에 뚫어내는 데 선 굵은 ‘롱볼 축구’가 해답이 될 수도 있다.
벤투 감독은 늘 비슷한 공격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2차 예선 남은 4경기와 최종예선에서 약팀들은 또 수비 일변도의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더 유연한 전술로 맞서지 않으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금자탑은 세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벤투 감독뿐 아니라 공격수들도 더 영리한 판단과 개인 전술로 약팀이 친 수비벽을 허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가 한국 축구대표팀에 가장 적합하다는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대표팀 선수들과 입국한 뒤 ‘2차 예선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빌드업 축구가 유효한 전술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해 계속 해 나가면서 더 발전시키려 한다"고 답했다.
▶‘우물 안 빗장수비’ 한계 확인=벤투호에게 레바논전 무승부는 ‘월드컵 2차 예선 4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성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보면 남미 최강팀의 공격 앞에서 수비 민낯이 드러난 건 부인할 수 없다.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는 모습, 황의조(보르도)가 파비뉴에게 섣부른 태클을 가해 필리피 코치뉴의 프리킥골 빌미를 내준 게 결정적이다.
태극전사들은 브라질과 맞붙어 ‘한 차원 높은 축구’를 경험했다고 입을 모으면서 대표팀의 약점을 언급했다. 황희찬은 "브라질 선수들은 굉장히 기술이 좋았다. 우리 선수들의 좋은 기술도 경기장에서 어떻게 끄집어 낼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베이징 궈안)는 "수비 조직에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세 번째 실점 때 조직력이 흐트러진 게 문제였다"고 했다.
벤투 감독의 당면 과제가 월드컵 본선행이라면,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강팀 수비를 뚫어낼 공격은 공격수의 능력에 대부분 기대야 한다. 그러나 강팀 공격을 막아낼 수비는 전술과 조직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월드컵 H조 2위로 떨어진 한국=북한이 20일 월드컵 2차 예선 레바논과의 5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H조 4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날 스리랑카(5패·승점 0)를 2-0으로 물리친 투르크메니스탄(승점 9)이 한국을 밀어내고 조 선두로 나섰고, 한국(2승2무·승점 8·골득실+10), 레바논(승점 8·골득실+2), 북한(승점 8·골득실+1·이상 2승2무1패)은 승점 8로 타이를 이뤘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한국이 골 득실 우위로 조 2위, 레바논 3위, 북한 4위에 랭크됐다. 한 경기 덜 치른 한국은 내년 3월 26일 홈에서 펼쳐지는 투르크메니스탄과 5차전을 통해 선두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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