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 아주 작은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 52가구 122명이 거주하고 있는 사월마을이 중금속 때문에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환경부 소속의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인천 사월마을 주민건강 영향 조사’ 발표를 통해 전체 가구의 70%가 주거 환경이 적합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월마을은 겨울·봄·여름 측정한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인근 마을보다 1.5배 높았고, 대기 중 납과 망간, 니켈, 철 등 중금속 농도도 다른 지역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높았다고 한다. 결국 전체 52가구 중 37가구가 거주하기 어렵거나 매우 좋지 않은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됐다. 그리고 주민들의 우울증과 불안증 호소율도 높아 주거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5명의 주민이 폐암과 유방암 등이 발생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인 8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사월마을은 인근에 수도권매립지가 들어서기 전까지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되면서 인근에 순환골재업체 등 건설 폐기물 업체들이 난립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제조업체 122곳과 폐기물 처리업체 16곳이 들어섰다. 이들 업체 중 82곳은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고 마을 앞 수도권매립지 수송도로에는 운반트럭 등 차량이 하루에만 1만3천여 대가 다닌다고 한다.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 순식간에 위해환경으로 뒤덮여 버린 셈이다. 얼마나 심하면 집 안 문틀 먼지에서도 다량의 중금속이 검출될 정도라고 한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인천시와 서구는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관할 자치단체가 먼저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음에도 오히려 참다 못한 주민들이 정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면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인천시와 서구 등 자치단체들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최근 주민 집단 암 발생으로 문제가 된 익산 정점마을 사례도 충격적이지만 사월마을 사태는 과연 우리가 21세기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인천시는 이번 환경부 조사결과를 토대로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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