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국회의원
김두관 국회의원

"전국 43%, 97개 지역 소멸위험." 

지역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저출산고령화포럼에서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전국 228개 지역 중 97개 지역이 소멸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연구에서보다 8개 지역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소멸위험에 처한 지역이 1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소멸위험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데, 시도 단위로 보면 전남이 가장 높고, 경북, 전북, 강원 순이다. 그렇다고 수도권도 마냥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경기도 가평군, 연천군, 양평군, 인천 강화군 등도 소멸위험에 처해 있다.

지역소멸과 함께 지역의 위기를 반증하는 것은 지역 간 격차다. 2017년 지역별 지역 소득 현황을 보면 전체 지역소득의 50.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 내에서도 양극화는 심각한데, 같은 경기도이지만 화성시는 2016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이 50조 원을 넘어서는 반면, 연천군은 1조 원에 불과하다. 1인당 소득 규모로 살펴보면 동두천시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천680만 원에 불과하지만, 화성시는 8천만 원이 넘는다. 

지역소멸과 지역 간 양극화 문제는 결국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의 문제이자 공정의 문제다. 저출산·고령화에 의해 많은 지역들이 경제활동 가능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지역 간 불균형 역시 심각해 ‘사는 지역이 곧 사회경제적 계급’이 되는 불공정을 낳고 있다. 

이러한 지역소멸과 양극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지방정부가 각 지역에 맞는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며, 중앙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자치분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자율성과 다양성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해서는 획일화된 중앙집권적 체제가 아니라 지역과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자치분권체제가 돼야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자치분권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주체인 지역주민, 지방정부, 지방의회, 지방언론 등 지역의 권한과 자율성을 키워 지역 문제를 지역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 지역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해 지역의 전략적 발전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2할 자치’라고 한탄할 만큼 자치분권 수준이 낮다.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위해 지난해 개헌안을 발의했고, 중앙정부의 사무들을 지방정부로 일괄적으로 이양하는 ‘지방이양일괄법’, 주민주권과 지방정부 및 지방의회 등의 권한을 키우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등 자치분권을 위한 법안들도 발의했다. 하지만 개헌은 무산됐고, 자치분권 관련 많은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지방이양일괄법’은 이미 관련 국회 상임위 검토가 끝났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상임위 검토에서 571개 사무 전체가 아닌 70% 정도만 수용됐지만, 그마저도 지역 입장에서는 절실하다. 지방정부, 지방의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처리를 촉구해왔고, 지난해 처리를 기대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31년 만의 전부개정안이라고 할 만큼 주민 조례발안제도, 주민자치원리 규정 등 주민주권 강화를 비롯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상임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올해 내에 5개 지역에서 시범실시 하고자 했으나 사실상 불가능해진 자치경찰제도 관련 법안도 하루속히 통과돼야 하며,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는 법안 등 자치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 관련 법안들도 처리가 시급하고 중요한 법안들이다.

20대 국회가 이제 불과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자치분권 관련 법안만큼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지역의 입장에서는 생존 문제이고 민생과 삶의 질의 문제이다. 국가적으로는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일이며, 민주주의를 위한 일이다. 결코 늦춰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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