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농협 전경 <기호일DB>
강화농협 전경 <기호일DB>

인천 강화지역 농협들이 태풍 피해와 추곡 수매가 하락 등으로 시름에 잠긴 농민들은 아랑곳없이 조합장 연봉 인상을 추진해 비난을 사고 있다.

24일 강화농협과 서강화농협 등에 따르면 오는 29일 대의원 총회를 통해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가결된 조합장 연봉 인상안(기본급 1천500만 원, 상여금 450만 원)을 처리할 예정이다.

농협 조합장은 현재 8천여만 원(본봉·성과급)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대의원 총회에서 인상안이 가결되면 성과급 포함 1억 원에 육박하는 9천950만 원을 받게 된다.

문제는 강화지역이 지난 9월 태풍 ‘링링’으로 벼 수확이 크게 감소한데다 추곡 수매가도 예년에 비해 하락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합장 연봉 인상을 추진하면서 농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강화농협 조합원 A씨는 "추곡 수매가가 예년 21만 원에서 19만3천 원으로 2만 원 가까이 하락했다"며 "또한 태풍 피해로 벼 소출도 떨어져 농가소득이 크게 줄어 너무 힘든데, 조합장이라는 사람이 농민을 어루만지지는 못할망정 한 번에 연봉을 약 20%나 인상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서강화농협 조합원 B씨도 "3개 농협이 공동 운영하는 RPC(종합미곡처리장)가 올해는 약 30억 원의 적자가 예상돼 47%의 지분을 가진 서강화농협이 14억 원 정도의 적자를 보전해야 할 판"이라며 "태풍 ‘링링’으로 벼 소출도 10~20% 줄어 농민들의 어려움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말단 농협 직원들의 임금은 수년째 동결인 반면 조합장의 연봉을 약 2천만 원 인상한다는 것은 직원이나 농민들의 아픔은 외면하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강화농협·서강화농협과 달리 강화남부농협은 이사회에서 조합장의 연봉 인상안이 거론됐지만 조합장이 먼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인상안을 반려해 대조를 보였다.

연봉 인상을 추진 중인 강화농협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2005년 이후 임금이 동결된 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아 연봉이 최저로 타 조합장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아 이사진에서 연봉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화농협 관계자도 "여타 조합장과 연봉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인상을 추진하게 됐다"며 "인상 여부는 대의원 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강화=김혁호 기자 kimhho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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