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식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정정식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최근 일본의 수출제한 사태는 수입제품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국가의 산업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깨우쳐 줬다. 

만약 식량을 다른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식량을 수입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항상 국민이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을 유지하는 식량 안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곡식 자급률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고 밀, 콩, 옥수수 등 나머지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 안보가 취약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최근 3개년(2015~2017년) 평균 23%에 그쳤다.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가축이 먹는 사료용 곡물을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곡물의 77%가 수입품이라는 뜻이다. 

반면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에서 소비되는 곡물을 자국에서 생산하며 식량 안보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전 세계 평균 곡물 자급률은 101.5%에 이르렀다. 특히 호주의 곡물 자급률이 289.6%로 가장 높았다. 캐나다는 177.8%, 미국은 125.2%로 북미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곡물 자급률을 기록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량의 일정 비율을 비축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수입에 대해서는 최근 수출국의 수출규제 등에 대비해 품목별로 3∼4개국 정도의 수입국 다변화를 비롯해 국외 산지의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내 농업생산 증대가 기본이 돼야 한다. 주요 곡물들의 국내 농업 생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이 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갈수록 농업 환경은 어려워지고만 있다.

특히 지난 10월 25일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인해 농업부문은 앞으로 더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농업의 가치가 식량 안보를 넘어 자연환경 보전, 식품 안전성, 국토 균형발전 등 다양한 공익적인 가치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농업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이다.

나라의 근간이 되는 농업을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해 농업인 기본소득 보전, 공익형 직불제도 확대 개편 등을 비롯해 농업부문에 대한 강력하고 다양한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은 황해도 국산의 수령으로 있던 시절에 임금께 올린 상소문에서 편농(便農), 후농(厚農), 상농(上農)을 통해 농업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편농은 농민이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고, 후농은 농민의 소득이 높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 번째 상농의 의미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농업생산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앞으로 농업인의 지위가 높아지고 농사 짓기 좋은 환경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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