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1차 대전이 끝난 세계는 비극이었다. 승패와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온통 검은색 추모로 가득한 세상은 슬픔과 상실,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했다. 영화 ‘프란츠’는 그 시절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전사한 약혼자 프란츠를 잊지 못한 안나와 프란츠의 부모는 존재할 수 없는 아들의 부재를 매일 확인하며 배회한다. 전쟁은 끝났지만 사자(死者)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오늘은 과거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그런 무기력한 삶은 아들의 친구인 프랑스인 아드리앵의 출현으로 달라진다. 전쟁 전 프란츠가 파리에서 누렸을 행복한 일상을 전해 들은 부모는 더 이상 슬픔 속에 아들을 묻어 두지 않을 수 있었다. 즐거운 기억을 되살려준 청년 덕분에 부모의 멈췄던 시계도 되살아난다. 안나도 옛 연인과 닮은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아드리앵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아드리앵은 사실 프란츠의 친구가 아닌 그를 죽인 프랑스 병사였다. 죄책감을 벗기 위해 독일을 찾았지만 자신을 아들 친구로 착각한 가족 앞에서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더욱 커지는 괴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안나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떠난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새로운 거짓말이 시작된다. 안나 역시 프란츠의 부모에게 진실을 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홀로 비밀과 거짓을 품은 안나는 자신의 괴로운 상황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감행하지만 결국 죽지 못한다. 힘들어하는 안나의 본심을 알 리 없는 프란츠의 부모는 그녀에게 ‘네 인생을 살라’고 조언하며 아드리앵을 찾아갈 것을 권한다. 

그렇게 파리행 기차에 오른 그녀는 독일인인 자신을 향한 프랑스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과거 아드리앵이 겪었을 고통과 용기를 깨닫게 된다. 이후 아드리앵과 재회한 안나는 자신과 프란츠의 부모 모두 그를 용서했다는 말을 전하며 용서의 미덕을 베푼다. 

2017년 개봉한 영화 ‘프란츠’는 비밀과 거짓을 품은 진실에 관한 작품이자 용서를 통해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선의의 거짓말이 비극을 견뎌 낼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지만, 거짓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종결되지는 않는다. 진실 앞에 선 안나를 통해 이 작품은 결국 삶을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진실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용기에서 나옴을 강조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 앞에서 안나는 절망했지만 인정과 용서를 통해 마음속 좌절을 극복하게 된다. 그 결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이 안나 주변을 가득 채운다. 영화는 이타적인 마음과 용기 있는 용서가 결국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삶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다. 고통과 씨름한 아름다운 결과물인 진주처럼 절망 끝에는 반드시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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