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번 일본과의 지소미아 파기를 둘러싸고 국내외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일 군사 동맹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해 큰 우려를 가졌다.  다행히 큰 혼란이 없이 지나갔지만 당시만 해도 만약의 사태를 걱정하며 모두가 가슴을 조아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맹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세계 1차대전은 정말 우연찮게 일어났다. 역사학자 홉스봄은 역사 사건을 조건과 촉발원인으로 구분하고 촉발원인은 그 유명한 오스트리아-헝가리 황태자의 암살사건이지만 조건은 동맹의 붕괴라고 말한다. 

19세기 후반까지 독일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에 의해 국력이 크게 신장됐다. 그는 독일의 동쪽을 동맹을 맺어 묶어 두기로 하고 러시아 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와 소위 3제 동맹을 맺었다. 

이러한 동맹 덕분에 독일은 안심하고 다른 한쪽 즉 영국과 프랑스를 견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90년 비스마르크가 실각하고 들어선 새로운 정권은 실수로 러시아와의 동맹 연장시기를 지나쳤다. 당시 러시아는 독일이 변심한 것으로 알고 영국과 프랑스와 동맹을 맺는다. 갑자기 유럽은 힘의 균형을 잃게 된 것이다. 결국 암살사건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세르비아를 침략하게 되고 동맹국인 독일도 같이 참전하게 된다.

동맹으로 묶인 유럽의 각 나라가 연쇄적으로 참전하게 되면서 결국에는 세계 전체가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세계 대전으로 말미암아 4년간 7천만 명이 동원됐고 그 중 900만 명의 군인이 전사했다. 더구나 전후의 미흡한 처리는 20년 후 다시 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제 2차 세계대전을 몰고 오게 된다.  

물론 이 일은 100년 전 일이고 큰 전쟁을 이미 경험한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러나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외교에서는 어떠한 실수도 그리고 잘못된 판단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 간의 군사동맹 경우 일단 맺게 되면 동맹국끼리는 전쟁에 공동으로 대처해야만 하지만, 자국을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방호벽 또한 될 수가 있다.  

동맹국의 사례는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같이 옛날 희랍 동맹에서부터 최근의 소련을 대적하기 위한 유럽 NATO 협정 등 역사적으로 수 많은 동맹이 있다.

한국에서도 당나라와 신라의 동맹을 통한 삼국통일이나 혹은 조선과 명나라의 동맹으로 인한 임진왜란 극복과 같이 이해에 따라 동맹 및 협정을 맺어 왔다. 한국전에 미국의 참전도 그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국가는 동맹 혹은 협정을 통해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위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 미국은 세계의 바다를 몇 지역으로 나누고 한국을 포함한 극동아시아를 미국 제7함대가 통제하고 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에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과 일본과의 한미일 동맹을 맺었고 그 연장선에서 군사 정보 교환의 지소미아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적은 한국의 적이고 한국의 적은 바로 미국의 적인 셈이다. 최근 소련 붕괴로 말미암아 한미일 동맹의 목적이 소련 견제에서 새로운 세력인 중국 견제로 새롭게 방향을 전환했다. 그 연장선에서 몇 년 전 사드 배치를 했던 것이다. 

한국은 이북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멀리 미국에 이르기까지 균형의 핵심에 있고 이 핵을 한미일 동맹이 이제까지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일 동맹이 무너지면 한국은 함께할 우방을 잃게 되고 우리 스스로 국방이나 경제를 지켜내야 한다. 

국방의 힘을 잃어버린 국가가 어떻게 경제를 지켜낼 수가 있는가? 현재와 같이 자본 네트워크가 국제적으로 그물망처럼 돼 있는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썰물처럼 국내 외국자본이 쓸려 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국가 동맹은 서로를 지켜주는 국가 간의 약속이다. 동맹을 파기하는 것은 특별한 전략적 이유가 있거나 유지할 이유가 없을 때뿐이다. 이러한 동맹 부재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으며 국가 운명도 좌우할 수가 있는 것이다. 

국가 안보는 그 어떤 일로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 안보가 동맹에 의해 지켜진다면 그 동맹은 우리에게 절대적인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지소미아 사태가 몰고 올 뻔한 한미일 동맹 파기는 극동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깨고 자칫 국가의 안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사안이다. 이러한 동맹파기의 위험성을 깊이 인지하고 앞으로도 만에 하나 실수하는 일이 기필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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