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와 ‘소통’. 박남춘 인천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실현할 과제로 다짐한 것이 바로 ‘시민 협치’와 ‘시민과의 소통 강화’였다.

이를 증명하듯 인천시는 최근 미래광장을 시민과의 열린 소통 공간인 ‘인천애뜰’로 탈바꿈시켰고 시민정책소통의 날 개최, 찾아가는 시민소통실 운영, 협치·혁신·소통정책 기초자료 도출을 위한 시민만족도 조사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동시에 박 시장은 섬 주민, 아르바이트 대학생, 경찰관, 버스 노조 등 각계각층 시민들과의 만남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민과의 협치와 소통은 때로는 풀릴 것 같지 않았던 난제를 해결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민관 합의를 이끌어 낸 ‘동구 수소연료전지 사업’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민관합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민관합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주민 반대로 제동 걸린 수소연료전지 사업

 동구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2017년 6월 두산건설의 민간투자사업 제안으로 시, 동구청, 한국수력원자력, 삼천리, 두산건설, 인천종합에너지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같은 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 허가를 얻었고, 한국수력원자력·두산건설·삼천리가 출자해 인천연료전지㈜가 설립됐다. 인천연료전지㈜는 2018년 12월 동구청으로부터 두산인프라코어 부지(동구 염전로 45)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을 위한 건축허가를 취득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해당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던 인근 지역 주민들이 올해 초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안전성과 환경문제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공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해당 사업 관련 시민 청원이 3천 명 이상의 공감을 얻자 박 시장은 영상을 통해 직접 답변에 나섰다. 박 시장은 "민선6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주민 의견 수렴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면서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룰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면서 주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반대 집회가 커지고, 주민들이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6월에는 공사 진행을 원하는 인천연료전지㈜와 주민 의견을 먼저 수용해 주길 원하는 수소연료전지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갈등을 보이며 4자 민관협의체(시·동구청·주민비상대책위원회·인천연료전지㈜)가 결렬되기도 했다.

# 소통을 통한 주민 의견 수용이 관건

 시는 비대위 등 주민 대표단체와 8차례의 민관협의체 회의를 포함해 다양한 협의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단식투쟁과 천막농성 등으로 번지는 등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안전성과 환경문제 검증을 위해 7월부터 관련 논의도 이어갔지만, 기관 선정에도 이견이 생기면서 민관 합의 가능성이 희미해지는 듯했다. 민관공동조사위원회가 환경영향평가 조사항목에 안전성 분야를 포함시키면서 기관 선정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10개월여간의 답보 상태는 주민들이 협상 재개에 찬성 의사를 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10월 31일 열린 주민총회에서 협상을 재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시는 장기간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 및 촉박한 공사 일정을 우려한 인천연료전지㈜가 공사 재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과의 물리적 충돌이 생길 수 있어 중재에 나섰다.

 시는 주민총회의 ‘협상 재개 찬성’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이 우려하는 수소연료전지의 안전·환경을 담보하고, 합리적인 상생 방안 모색을 위한 민관 합의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이달 4일부터 4자 민관협의체 회의를 재개해 수시로 협의를 진행했다. 앞선 시민 청원 답변에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렴해 나가는 숙의과정 민주주의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한 만큼 주민 수용성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그 결과 합의안에는 "현재 발전소 사업부지에 발전용량을 증설하거나 수소충전설비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사업자인 인천연료전지㈜와 시, 주민으로 구성된 민관안전환경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됐던 주민들을 사업의 중심으로 이끌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민관합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민관합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민관 합의로 갈등의 마침표를 찍다

 이러한 약속은 지난 18일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열린 ‘동구 수소연료전지 갈등해결을 위한 4자 민관협의체’에서 그대로 포함돼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대한 민관 합의를 전격적으로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민관 합의는 크게 ▶발전소 건설 및 운영으로 인한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권 확보 ▶연료전지 발전시설의 안전하고 원활한 운영 도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민 수용성 부분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안전·환경 확보, 기타 주민 지원에 중점을 두고 함께 힘쓸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합의서에 따라 발전소 사업부지 내 발전용량 증설이나 수소충전설비 설치가 추진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발전시설의 친환경적 설계 및 설치, 주민이 절반 이상 참여하는 민관안전환경위원회 구성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동구의 녹지공간 부족 문제와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고,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이나 동구지역 교육 발전 지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민관안전환경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주민 과반수가 참여하는 ‘(가칭)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관련 지원금 민관협의회’ 운영 등 안전성 담보를 위한 방안 및 상생 발전의 내용을 담아 그동안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갈등을 해결했다는 평가다. 

 협의에 따라 건립공사 재개로 2021년 상반기 중 39.6㎿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이번 합의에 대해 인천을 4차 산업혁명 중심도시로 도약시키는 이정표로 삼는다는 각오다. 이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연료전지’와 ‘수소차’를 양대 축으로 하는 ‘수소경제’를 국가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하는 등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핵심인 만큼 시 역시 이에 맞춰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수소경제 성공의 핵심이 주민 수용성이자 소통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남춘 시장은 "무엇보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부합하는 수소연료전지 갈등 해결을 위해 큰 틀에서 대타협을 해 주신 동구 주민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당면한 남은 시정 현안들에 대해서도 천천히 가더라도 지역주민들과 더 많이 대화하며 진정한 협치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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