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를 가로지르는 심곡천. <기호일보 DB>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를 가로지르는 심곡천. <기호일보 DB>

인천시 서구 공촌천은 김포매립지를 가로지르는 배수로였다. 김포매립지는 1998년 2월 25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방한한 마이클 잭슨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동아건설산업㈜이 공을 들였던 곳이다.

계양산 자락에서 발원한 공촌천은 빈정내(濱長川)를 따라 서해로 맞닿을 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강을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류 폭 200m, 수심 10m로 인천에서 가장 큰 폭의 하천이다. 현재도 공촌천에서는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인천시조정협회가 선수들의 훈련장으로 사용했던 곳도 공촌천이다.

청라경제자유구역 1천770만㎡는 금융과 업무, 레저와 스포츠가 어우러지는 비즈니스 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그 청라지구 남북 끝을 공촌천과 심곡천이 에워싸고 있다. 도시 양옆에 공촌천과 심곡천을 두는 데는 워터프런트로 수변도시의 이미지를 갖기 위한 전략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홍수 예방 대책 의미가 더 크다. 

지난해 8월 공촌천과 심곡천에서 정화를 위한 EM흙공을 던지는 서구 주민들.
지난해 8월 공촌천과 심곡천에서 정화를 위한 EM흙공을 던지는 서구 주민들.

서해의 바닷물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매립지인 청라지구의 땅 높이는 이보다 낮다. 홍수와 겹쳤을 때 청라지구의 빗물은 자연배수가 안 된다. 이때 빗물을 잠시 가둬 놓는 곳이 공촌천과 심곡천이다. 인구 10만 명이 넘은 청라지구가 물의 도시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공촌천과 심곡천 등 청라경제자유구역의 양대 하천 기본계획을 보면 눈에 띄는 시설이 있다. 먼저 공촌천의 개구리원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청라지구가 지금처럼 본격화하기 전 단계인 2005년께다. 공촌천 주변은 금개구리 서식 장소로 유명했다. 하지만 청라지구 개발을 앞두고 터파기를 하면서 서식지 훼손이 뒤따랐고, 금개구리는 생존에 위협을 받았다. 인천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심지어 청라지구 개발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냈다.

결국 청라지구 개발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당시 토지공사, LH)는 서식지를 다시 조성하고 금개구리 이주대책을 마련했다. 서구 환경단체에서 주도했다. 서식 장소 조성과 금개구리를 옮기는 과정이 어설펐던 탓에 금개구리 이주대책은 온전히 끝을 맺지 못했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물새원이다. 사실 청라지구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철새인 두루미 도래지로 경서동과 연희동 일대 3천100만㎡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도 그렇고, 2005년 공촌천 하류에서 발견된 흑두루미 떼도 같은 연유다.

청라지구가 철새들의 쉼터였던 기록은 얼마든지 있다. 인천청라지구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도 나타나 있다. 당시 겨울과 봄철에 관찰된 조류는 모두 29동 9천280여 마리로 조사됐다. 물론 개발을 전제로 작성된 평가서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한 철새는 큰기러기로 전체 64.4%를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천연기념물 323호인 잿빛개구리매도 발견됐다. 이들 조류가 발견될 당시 청라지구는 농사를 지었던 터라 먹이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천기본계획에는 공촌천과 심곡천 모두 물새원을 조성하기로 돼 있다. 개발 이후에도 철새들이 날아올지 두고 볼 일이다.

LH는 청라국제도시 안 공촌천(4.46㎞)과 심곡천(6.70㎞) 준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천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천 밑바닥에 쌓인 토사 각 18만여㎥를 준설해 자연적으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고, 100년 빈도의 호우에도 범람하지 않도록 정비할 계획이다.

심곡천 명품 꽃길 조성사업 기념사진.
심곡천 명품 꽃길 조성사업 기념사진.

LH는 올 연말께 업체를 선정해 2021년까지 준설공사한 뒤 인천시에 관리권을 넘길 예정이다. 공사비는 각 하천당 90여억 원으로, 지금까지 인천에서 벌인 하천 준설 중 최대 규모여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시와 하천살리기추진단은 LH의 공촌·심곡천 정비사업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 자칫 2년여 전 악취로 몸살을 겪었던 심곡천 정비 시범사업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곡천 시범사업 당시 굴삭기로 하천 바닥을 긁어낸 뒤 준설토를 인근 둔치에 묻고 흙으로 덮었다.

공촌·심곡천 준설공사에서 가장 큰 관건은 2차 오염 방지 대책이다. 공법에 따라 준설토에서 빠져나오는 침출수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탈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대로 잡지 못한 부유물질(SS)이 하천으로 다시 흘러들 수 있다. 부유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쓰는 응집제와 탈수 과정에서 고화제를 섞을 경우 2차 오염의 개연성뿐만 아니라 하천 준설토보다 되레 더 많은 양의 토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준설과 탈수 공정이 따로일 경우 가투기장 운용에 따른 악취 발생 여부와 준설토 물기를 빼는 공정에서 입자의 굵기가 다른 자갈과 모래, 이토 등을 따로 걸러내 재활용률을 높이는 공법인지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준설업계는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공사 참여를 원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블라인드 설명회를 바라고 있다.

검단수로는 올해 상반기 서구가 검단천 주변 환경을 개선해 시민들에게 새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서구는 공촌·심곡·검단·나진포천 등 하천 수질을 전 구간 2~3등급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들 하천이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강 물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심곡천과 공촌천은 현재 청라호수공원과 청라커넬웨이까지 공급되는 하루 9천t의 한강 물 중 일부를 유지용수로 활용하고, 나진포천과 검단천은 한강 물이 직접 공급될 수 있도록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사진= <서구청 제공>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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