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시조시인
김락기 시조시인

요즘은 불온한 사자성어의 범람시대다. 저들만의 여야 분쟁은 끊일 날이 없고 임기 절반을 넘긴 현 대통령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은 안타깝다. 이로 인해 유체이탈, 진영논리, 국론분열, 자가당착 등등 사회 비판성 조어들이 판을 친다. 게다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억센 지도자들 중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방식은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세계는 지금 뜻밖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상황급변의 시대다. 2015년 과테말라의 모랄레스나 2019년 우크라이나의 젤린스키가 대표적이다. 다 같이 코미디언 출신 정치 신인으로서 70% 이상의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부패와 무능으로 얼룩진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결과였다. 

일례로 베네수엘라 같은 남미국가는 포퓰리즘 정치로 인해 온 나라가 처참한 상황이다. 북한 김정은의 전제적 폭압지배는 말할 것도 없다. 국방외교에 문외한인 나도 현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는 그림 속의 떡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 카다피의 비참한 말로가 떠오른다. 당시 미국 CNN방송이 이라크 공격을 생중계하던 모습이 선연하다.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 강고한 안보대책과 미·일 등 주변국과 외교적 관계를 보다 원활히 해야 한다. 남북한 통일만 해도 평화협정이니, 낮은 단계의 통일이니 하는 말들은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바로 적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 

베트남이나 예멘의 경우에서 보았다.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공산 독재사회보다 자유가 숨쉬는 지금이 낫다. 남북한의 이질적 통치체제와 현격한 소득격차 속에서 통일은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처럼 비정치적인 부문에서 먼저 교류나 통합이 지속(진퇴 포함)되다가 여건이 무르익을 때 자연스레 정치적 통일까지 이르러야 한다. 현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자기 때에 통일 실적을 내려고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 통일의 기초를 다져 후임 대통령이 누가 되든 그 유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엊그저께 부산 ‘2019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김정은 초청 문 대통령 친서 거부 소식에는 국가적 자존심이 으깨지고 국민 체통은 말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상황은 좌우 대립이 심각하다. 나는 조국 가족 사태에 속 답답해 광화문 대집회에 자발 참여하거나 서초동 반대 집회에도 가봤다. 생각건대, 향후 이 나라 상황이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정권교체가 됐으면 하다가도 좌우 국민 편가르기는 쉬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언짢다. 청와대만 들어가면 곧 불통의 대통령이 되기 십상이다. 역대 사례에서 경험한 바다. 적폐청산이니 부정척결이니 하면서 지난 정권의 단죄에만 임기의 태반을 보내고, 자기들은 또 다른 부정부패에 휩싸이는 악순환. 항우울제 주사라도 맞아야 할 만큼 암담하다. 지금 정계에는 그럼직한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80년대 초반, 나는 죽살이가 궁금해 종단이나 선각을 찾아 다닌 적이 있다. 내 자작시조는 못 외워도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성철 스님의 법어는 줄줄 암송했다. 단학의 봉우 도인을 찾아뵙기도 했다. 죽염을 알린 인산 선생의 강연을 듣고서는 생이지지(生而知之)란 말뜻을 실감했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이치를 알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격암유록」 같은 예언서의 정도령(正道令)을 찾기도 했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런 예언에서 볼 때 한반도는 지구의 중핵으로서 향후 정신문명 대국이 된다는 거다. 올 일월 신년칼럼에서 나는 진인 출현 난세구원설을 말한 바 있다. 이를 본 어느 벗이 ‘허경영’ 이름 석 자를 불렀을 때 농반진반으로 알았다. 최근 사석에서 ‘다음 대통령은 허경영’이라는 동년배의 얘기도 낯설고 의아했다. 이인·기인으로만 흘려들었으나 잔영이 남았다. 해외 사는 여성 지인까지 재외연락 주요직책을 맡고 있음에 놀랐다. 유튜브에서는 세칭 신인(神人)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분이었다. 이제, 인터넷으로나마 초인과의 뒤늦은 만남에 내 아둔함을 달래본다. 일단 후련했다. 뇌과학이니 AI니 인간복제니 하는 이즈음, 곧 닥쳐올 120세 장수시대, 부지불식간에 고도로 진화된 영성시대로 진입할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 다음 대선에는 좌우 편가르기를 넘어 과감한 화해와 탕평책을 펼칠 사람, 닥쳐올 영성시대를 이끌 통섭의 대통령 후보라면 나는 한 표를 행사하고프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 시조로 초빙한다.

- 새 대통령은 -

 얼마나 더 절망해야

 혜성처럼 다가오랴

 시삼동 겪고 난 봄날

 청보리밭 파래지듯

 행여나

 우리네 곁에

 함께 이미 살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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