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올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안건들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면서 정기국회 파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9일 유치원 3법을 비롯해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던 안건 200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신청하기로 했다. 한국당이 공언한 대로 소속 의원 108명이 돌아가며 안건당 4시간씩 발언을 했을 때 올해 정기국회 폐회일인 이달 10일을 넘기게 돼 정기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는 이날 다수의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면서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총 514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이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이 지켜지지 않을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비난의 여론도 더욱 거세지게 됐다.

 한국당의 이런 결정은 본회의에 부의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3일 부의되는 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을 원천봉쇄하고 이른바 친문 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을 관철하겠다는 원내 전략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종국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서 여권에 대한 공세의 구실을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런 전략은 정기국회 의사일정 자체를 볼모로 하는 것이어서 그 어떠한 이유와 명분으로도 정당화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제20대 국회가 ‘식물국회’를 넘어 ‘괴물 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 게 될 상황에서 실망을 넘어 공분을 사고 있다. 비록 필리버스터가 국회법에 규정하고 있는 합법적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민생·경제·개혁 입법, 예산안 처리를 내팽개치고서도 지지층을 규합해 총선에서 표심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저급한 발상일 따름이다. 

 한국당은 제1야당에 걸맞은 전략과 전술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민생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강공으로 일관하면 국민의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수권정당으로서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제1야당을 고립시키는 전략보다는 국회 및 국정 운영의 한 축이자 파트너임을 인식, 대화의 국면을 조성해 최악의 파행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