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하남소방서장>
이병호 <하남소방서장>

올해 초 천안의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주택화재 사고가 최근 들어 연이어 발생했다.  주택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지켜주는 공간이다.

 하지만 현대 주거생활의 다양화와 사소한 부주의로 예측할 수 없는 화마는 우리의 보금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연평균 화재 사망자 310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148명도 주택 화재로 사망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장비가 바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이다.

 지난 2018년 전국에서 주택 화재로 숨진 143명 가운데 화재감지기 설치 주택 사망자는 11명이었지만, 미설치 주택 사망자는 63명으로 나타났다. 

 완전히 불에 타 화재감지기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주택 사망자는 69명이었다. 

 통계로 보면 알 수 있듯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1977년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제도를 시행해 현재 보급률이 94%에 달하며 주택 화재 사망자를 40% 이상 감소시켰다. 그 밖에도 영국은 1991년, 일본은 2004년, 프랑스는 2011년부터 도입해 주택 화재 사망자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2월 5일 법이 개정돼 주택을 신축, 증축 등을 할 경우 반드시 기초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을 설치해야 하며, 그 이전에 지어진 주택은 5년의 유예기간을 적용받아 2017년 2월 4일까지는 모두 설치했어야 했다.

 소화기와 주택화재경보감지기는 인터넷 쇼핑몰, 대형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설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소화기는 층별, 가구별로 1개 이상을 비치하면 된다. 

 주택화재경보감지기는 주택 내부의 침실, 거실, 주방 등 거주자가 사용하는 장소 중에서 벽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된 공간마다 1개 이상 천장에 설치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령 시행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의 많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주택용 기초소방시설 설치의 국민적 관심도가 낮아서 주택 화재 피해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과연 주택화재 사망사고를 소방관만의 노력으로 막아낼 수가 있을까?

 소방관의 노력으로 주택화재 사망사고를 막아내거나 줄일 수만 있다면 어떠한 노력도 소방관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국 5만5천 명의 소방관은 오늘도 주택화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화마와 전쟁을 치르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더 지키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게 우리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나아가 시민들도 소중한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주택을 살펴보고 주택용 소방시설이 없다면 지금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에 동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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