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시인/인천문인협회회원>
최영희<시인/인천문인협회회원>

센트럴파크 공원을 산책하는 일은 즐거운 소일거리다. 구불구불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공간이지만 나름 다양한 의미들이 담겨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수로이다. 바닷물을 끌어 들여 해수로를 만들고 뱃길을 만들었다. 미니유람선, 카누, 카약 등을 즐길 수 있다. 저녁나절 풍경은 더 아름답다. 원색의 파라솔을 편 채 떠다니는 작은 배들은 낙조에 물들며 황홀감을 준다. 연인들은 해거름 뱃놀이를 더 즐기는 듯 둘이서 노를 젓는 모습도 정겹다. 개성을 살려 물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는 연인들이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인증 샷을 빼놓지 않는 곳이다. 고층 빌딩과 어우러진 브리지는 아름답다.

 평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높낮이가 있다. 한반도 지형의 특색을 살려 서쪽은 낮은 해안지대이며 동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구릉지다. 갯벌에서 자라던 갈대가 숲을 이룬 곳도 있다. 갯벌의 정서를 유지해 준다. 소나무 향이 물씬 풍기는 숲길도 있다. 솔향을 따라 길을 오르면 고즈넉한 정자가 있다. 물길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고층 빌딩 사이로 아담한 한옥마을도 자리 잡고 있다. 세련된 현대미와 고풍스러운 고전미가 한데 어우러지는 곳이다.

 한편에는 사슴이 살고 있다. 도심 속의 자연을 연출했다. 사슴농장에는 풀을 뜯어 먹이를 건네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동심이 살아 있는 친환경 공원이다. 가까운 곳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일 것이다.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담소를 나누며 거닐 수 있고 때론 사색을 즐기며 혼자 소요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그러한 곳에 의미 깊은 공간이 들어선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11월 27일 착공했다.

 국립세계문자 박물관은 건축물부터 독특하다. 두루마리 종이를 자연스레 풀어 놓은 듯 하얀 띠로 벽을 이루며 자연풍경과 하나 된 조화로움이다. 

 그곳에는 세계의 문자를 전시하는 공간을 포함해 어린이를 위한 특별전시관도 마련된다고 한다. 문자의 역사, 문자의 의미, 세계 각국의 문자를 조명해 볼 수 있다. 훈민정음의 우수성과 한글의 미적인 아름다움도 견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자는 인류의 가장 훌륭한 유산 중 하나이다. 더구나 소리 나는 대로 만들어 쉽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한글은 모양도 아름다워 단연 독보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글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한국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독특함을 살려 요즘은 디자인적인 접근으로 캘리그래피 등 미적 우수성도 높이 활용되고 있다. 고유의 문화를 배우고 보급할 수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센트럴파크 공원에 들어섬으로써 공원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단순히 산책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배우고 외지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품격 있는 공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어느 마을이나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새로 짓는 공동주택 지역에는 녹지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삭막한 콘크리트지대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며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해 주는 일이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공원에서 탈피하는 시도도 필요해 보인다. 나무와 벤치와 조형물로 구성된 일반적 형태에서 공원마다 개성과 특색을 살려 만든다면 의미 있는 장소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센트럴파크 공원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짓듯이 공원마다 의미 있는 시설들이 들어선다면 공원의 규모나 가치도 훨씬 커지고 높아질 것이다. 갤러리를 만들어 예술가들이 모여서 예술활동을 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원, 공연장을 만들어 청소년들이나 뮤지션들이 모여 활동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원, 첨단 로봇이나 발명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4차 산업시대를 홍보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공원 등 테마가 있는 공원으로 변신하면 좋겠다. 

 벌써부터 설렌다. 센트럴파크 공원을 산책하며 세계의 문자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아름다운 언어의 승화를 준비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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