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가 가족 비리에서 민정수석실의 국정농단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양새다. 의혹들은 모두 조국 씨가 민정수석으로 재임했을 때 발생했다. 첫 번째 쟁점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야당 측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 하명(下命)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다. 당시 김 시장은 낙선했고, 여당 측 후보는 열세를 극복하며 당선됐다. 이렇게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은 대통령의 ‘오랜 벗’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쟁점은 2017년 금융위 국장 시절 뇌물을 받아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유재수 씨 ‘감찰 무마 의혹’ 건이다. 

 기가 막힌 건 비위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처벌은커녕 영전에 영전을 거듭하며 부산시 부시장까지 올라갔다는 점이다. 그는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 한다. 이렇듯 현 정권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대형 사건들이 검찰 수사 중에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현 윤석열 검찰체제가 지금 많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몇 개월을 돌아보면 경찰·군·법원은 물론 기재부·교육부·통일부 등 전 기관을 통틀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곳은 검찰밖에 없었다. 

 적어도 국민의 눈에 비친 모습은 그랬다. 이렇게 (정권이) 통제할 수 없는 조직이 정권을 수사해야 사법 정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정권에 대항하는 것으로 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래서 조율이 필요하다. 그동안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명권자와 자신들의 조직과 관련된 비리’를 규명하고 근절하는데 한계를 보여왔다.

따라서 신설될 공수처는 무엇보다 ‘대통령 주변과 정권 실세, 검찰의 부정부패’ 척결에 초점을 두고 운영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법안은 이러한 목표를 구현하기는커녕 방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즉 현재 발의된 공수처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대통령이나 다수당이 공수처장을 장악하고, 결국 공수처는 국가 주요기관을 사찰하는 하명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돼선 안 되는 이유다. 내용을 보완하고, 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끝난 후 추진하는 게 이치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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