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청년공간 ‘청춘 너나들이’ 공간 전경. <청춘 너나들이 제공>

"청년(靑年)들아.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자!"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를 넘어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병이 돼 가고 있다.

집과 학교, 학원, 도서관 등을 쳇바퀴 돌 듯 오가며 ‘무한경쟁’이라는 아수라도((阿修羅道)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 예비 사회적 기업 등이 손을 잡았다. 대전광역시 대전역에 위치한 ‘청춘나들목’과 갈마동의 ‘청춘 dododo’, 그리고 탄방동에 자리한 ‘청춘 너나들이’ 등이 바로 그곳이다.

이들 중 청년 소통 공간 ‘청춘 너나들이’는 지난해 봄 시와 고용노동부가 지역 청년들의 소통 활성화 및 취·창업 지원을 위해 만든 청년 공간이다.

이곳은 현재 ‘공간과 주거를 중심으로 청년들의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를 모토로 설립된 예비 사회적 기업 ‘임팩트 메이커’가 지자체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과거 ‘청년 커뮤니티 네트워크’라는 청년 관련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한 바 있는 청년사업가 윤정성(34)대표는 "배우고, 만나고, 공부하고, 준비할 것이 많은 청년들은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나, 현실은 커피 한 잔 주문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카페 등을 아지트로 삼게 되는 게 부지기수"라며 "청년들이 어떠한 속박이나 구애 없이 편하게 만나고, 웃고 떠들면서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청춘 너나들이’가 자리잡고 있는 서구 탄방동 일원에는 한남대학교, 카이스트, 배재대학교, 을지대학교, 목원대학교, 충남대학교 등 대전지역 유수 대학들이 터를 잡고 있어 현재 지역 내에서 청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핫플레이스’이다.

‘너나들이’의 뜻은 ‘너와 나 우리들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청춘 너나들이’는 ‘너와 나 우리들이 함께 쉬고(미래를 준비하고), 어울리고(협업하고), 키우고(역량을 기르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청춘 너나들이’는 취·창업 상담, 청년정책, 라이브러리(도서관), 커뮤니티 기능에 특화돼 있는 공간이다. 주변 대학교의 재학생들을 비롯한 매달 1천200여 명의 청년들이 취업 준비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청춘 너나들이’를 방문하고 있다.

만 19∼39세 청년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젊은 공간’인 만큼 젊고 밝으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함께 청년에게 꼭 필요한 알짜 프로그램이 마련돼 인기를 끌고 있다.

‘청춘 너나들이’ 공간은 활용 목적에 따라 크게 6개로 나뉘어져 있다. 각 공간에는 ‘책장’, ‘먹장’, ‘펴장’, ‘알장’, ‘나누장’, ‘보장’ 등의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졌다.

청년들이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인 ‘책장’은 마치 시내 대형 서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같이 한쪽 벽을 1천500여 권의 분야별 도서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독서공간인 ‘보장’은 푹신한 풍선소파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커튼도 있어 타인의 방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먹장’은 일종의 공유 부엌으로, ‘청춘 너나들이’를 이용하는 청년들이 식음료를 가져와 먹을 수 있다. 특히 이 공간에 비치된 냉장고와 싱크대는 물론 전자레인지나 전기포트 등의 조리기구를 이용해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통창 너머 번화가 도심을 바라보며 5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내려 마시는 원두커피는 ‘청춘 너나들이’를 찾는 청년들에겐 쏠쏠한 재미다.

안내데스크인 ‘알장’ 맞은편에 위치한 ‘펴장’은 개인 작업은 물론 그룹 모임도 가능한 힐링 공간이다. 독서와 개인 학업, 노트북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각 부스마다 다양한 테마가 적용돼 있다.

‘펴장’ 맞은편에는 왕성한 소통이 이뤄지는 소통 공간이 있다. 12명 안팎의 인원이 스터디를 할 수 있는 미팅룸인 ‘나누장’은 비어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매일 이용 예약이 꽉 차 있다. 이러한 이유로 종종 전체 대관으로 이용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깜짝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청춘 너나들이’는 지역 청년들을 위한 안락한 휴게 공간이기도 하나, 취업 및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상담과 함께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취업센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별도의 청년 취업 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진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꿈터 공간이 설치돼 있어 상시로 상담받을 수 있다.

또 청년창업 컨설팅 프로그램과 청년 사회적 기업 육성 프로그램(청년 정책 토크쇼), 재무·법률·심리·건강 등 분야별 전문 상담(청년 인큐) 등 청년들이 꼭 알아야 할 다양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청춘 너나들이’에는 취미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를 비롯해 분야별 전문가 초청 강연(키워라 청년 리드 미) 등 일상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다.

기혼 청년을 위해 육아 및 살림 팁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인 ‘육아 톡’도 운영 중이다. 이와 반대로 대학생들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지원도 있다. 지역의 청년정책을 지역 청년들이 모여 스스로 토론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대학생 동아리를 지원하는 ‘청년정책 동아리’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청춘 너나들이’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취업준비생, 기혼 청년들까지 모두 아울러 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취·창업 정보 공유는 물론 청년들의 진로를 탐색하고 커뮤니티 활동, 사회 참여 등을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지역 청년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이다.

윤 대표는 "시 위탁으로 운영하는 정책사업인지라 홍보나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결과보고, 예산처리 등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는 아쉬움도 있다"며 "지역 청년들을 직접 찾아가 ‘청춘 너나들이’가 더욱 청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청년단체 등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수렴, 시나 지자체로 전달하고 정책적으로 프로그램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공간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 공간의 본질적 역할들을 고민하면서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변모하는 청년 공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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