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3일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장애인접근성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음향신호기 관리부실을 규탄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3일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장애인접근성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음향신호기 관리부실을 규탄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인천지역 횡단보도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남동구 간석오거리∼남동경찰서 사거리 주변 횡단보도의 총 44개 음향신호기를 확인한 결과, 14개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아예 작동을 안 하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동이 잘 되더라도 석천사거리 횡단보도에 있는 2개의 신호기는 횡단보도의 좌우 방향을 잘못 안내해 보행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각장애인들은 음향신호기 위치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올리브백화점 사거리와 석천사거리, 길병원 앞, 예술회관역 6번출구 건너편 등에 설치된 음향신호기들은 횡단보도와 2m가량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시각장애인들을 유도할 수 있는 점자블록 없이 설치돼 있다.

신호기를 찾아내더라도 사용이 어려운 곳도 있다. 올리브백화점과 석천사거리 등은 횡단보도와 음향신호기 사이에 지자체가 설치한 제설용 모래함이나 햇빛가림막 등 장애물이 있어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올리브백화점 사거리와 예술회관역 3번출구 앞에 설치된 음향신호기는 현수막과 전단지가 버튼을 가리고 있었고, 길병원 인근과 남동농협 구월지점, 예술회관 등 음향신호기는 인근의 차량 진입 억제용 볼라드가 설치돼 이를 알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부상이 우려된다.

임수철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음향신호기는 엄청나게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관리·감독만 철저하게 하면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그러나 음향신호기 설치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어 전수조사와 설치 및 유지·보수 등을 의무화하는 관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시는 올해 약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고장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음향신호기를 신규 설치·교체했다. 하지만 300대로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노후 음향신호기나 어린이보호구역 위주로 우선 설치돼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 교통정보운영과 김원일 팀장은 "매년 유지·보수 및 정기 점검을 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고 신호기 수가 많다 보니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 예산을 꾸준히 늘려 내년에도 신형 음향신호기 300대를 추가 설치하고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음향신호기 관리 실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요구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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