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들어도 따습던 국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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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들어도 따습던 국밥의 추억
3. 우탕 전문점 ‘안성 안일옥’
  • 김재학 기자
  • 승인 2019.12.05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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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옥’ 외관.
'안일옥’ 외관.

"지방으로 출장가는 날인데, 마침 안성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서 설렁탕 먹으러 왔어요. 출장을 갈 때 마다 꼭 들러 먹는 단골집입니다."

수원에 사는 직장인 김현식(35)씨는 설렁탕 한 그릇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 평일을 비롯해 주말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일부러 설렁탕을 맞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

100년째 안성에서 우탕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일옥’의 김종열(60)대표 눈가와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안일옥은 전국 3대 우시장으로 알려진 안성장터에서 국밥을 판매하던 곳이다. 설렁탕, 내장곰탕, 소머리수육, 곰탕, 갈비탕 등을 판매하고 있다. 조미료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 아주 깔끔하고 담백한 맛의 탕은 물리지 않아 단골들의 발길을 부른다.

지난 1920년 처음 문을 연 안일옥은 김 대표의 조모인 1대 고(故) 이승례 여사, 어머니인 2대 이양귀비 여사를 거쳐 3대 김종열 대표가 현재 운영을 맡고 있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 중인 4대 김형우(29)씨는 김 대표의 아들이다.

안일옥 대표 메뉴인 안성맞춤우탕.
안일옥 대표 메뉴인 안성맞춤우탕.

특히 안일옥의 우탕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이곳은 전통방식 그대로 가마솥에 불을 지펴 사골을 17시간 동안 푹 끓여 진득한 국물을 준비한다. 모든 메뉴는 이 육수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며 곁들여 내는 재료에 따라 설렁탕, 내장곰탕, 소머리수육, 도가니탕, 갈비탕 등으로 나뉜다.

대표 메뉴는 뽀얀 국물 속 부드러운 소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설렁탕’이다. 담백한 국물은 식어도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유지된다. 도가니, 갈빗대, 우족, 소꼬리, 소머리 등 다양한 부위를 푸짐하게 담아낸 ‘안성맞춤우탕’도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즐겨 찾는다.

김 대표는 "어머니께서 생전에 ‘좋은 재료를 사려면 외상 하지 말고 꼭 현금을 주고 사라’고 하셨다. 냉장고를 재료로 꽉꽉 채워놓아야 손이 커진다고도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평범한 말인 것 같지만 이것이 우리집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백년가게 현판식. 김종열(왼쪽 두 번째) 대표와 백운만(왼쪽 세 번째) 경기중기청장
백년가게 현판식. 김종열(왼쪽 두 번째) 대표와 백운만(왼쪽 세 번째) 경기중기청장

#한 세기의 전통을 이어가

안일옥은 전국에서 5번째로 오래된 노포(老鋪)이자 경기도에서 가장 장수한 한식당으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삼남의 물산이 모여 큰 장이 열렸던 안성 오일장. 이곳 우시장에는 안일옥을 비롯해 많은 난전이 섰다. 

고기 자체가 귀했던 시절, 우시장의 도축장에서 나온 소뼈와 각종 부산물을 끓인 우탕은 장날 손님들이 고기맛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난전으로 시작했던 가게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수많은 피난민이 몰려들면서 성황을 이뤘다. 이때 점포를 세우고 ‘안일옥’ 간판을 달았다.

세월이 흘러 안성 오일장도 쇠퇴하고, 상권도 이동했다. 옛 안성 오일장(안성시 창전동)은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우시장도 일죽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권이 이동하면서 1978년 안일옥도 터를 옮겨 지금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본점을 포함해 친척들이 운영하는 평택점, 송탄점과 직영으로 운영하는 분당점, 용인민속촌점 등 5곳이 모두 안일옥 간판을 달고 있다.

안일옥의 또 다른 대표메뉴인 설렁탕.
안일옥의 또 다른 대표메뉴인 설렁탕.

김 대표에게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비결이 없는 것이 비결’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기교를 부리는 음식이 아닌 만큼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향후 아들 김형우(29)씨 에게 안일옥을 물려줄 계획이다. 고교 때부터 요리를 전공해온 형우 씨는 외국 호텔 조리사 경력도 보유한 전문가다. 김 대표는 아들이 사회경력을 더 쌓은 뒤 가업을 맡길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10년은 최선을 다해 아들에게 직업정신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내가 선대에게 어깨너머로 배웠듯 아들도 나를 통해 스스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안일옥을 이끌어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설렁탕 전문점으로 끊임없는 연구개발

몇 해 전부터 경기가 안 좋아 지면서 외식업도 예전보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와줄 때마다 기운을 내고 있다. 또 백년가게로 지정된 것도 용기를 줬다.

‘안일옥’ 메뉴
‘안일옥’ 메뉴

현재도 김 대표는 소뼈 육수를 기본베이스로 다양한 메뉴개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설렁탕과 곰탕, 갈비탕 등 대중적인 점심 메뉴들을 추가하는 등 메뉴 다양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우탕 전문점으로 각인이 되며, 계절적 영향도 비교적 덜 받을 수 있게 됐다. 메뉴 전문화가 백년가게의 첫 비결인 셈이다.

하지만 전국에서도 유명한 노포이기에 최고 자리를 지키기는 여간 힘들지 않다. 반짝 성황을 이뤘다 문 닫는 식당이 어디 한두 군데던가. 기본을 지키려 노력한 점이 100년 식당을 지킨 원동력이다. 김 대표는 식당의 3대 기본 수칙이 위생, 맛, 서비스라고 했다. 

특히 음식은 기본을 지키고, 가게 운영만큼은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는 일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인내심이 필요하고 끈기와 꾸준함, 자신만의 철학 없이는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일옥:설렁탕, 곰탕 전문점. 안성시 중앙로 411번길 20(☎031-675-2486). 운영시간 오전 8시∼오후 9시 / 명절당일 휴무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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