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날
인천작가회의 / 다인아트 / 1만3천 원

인천작가회의 소속 소설가들의 작품을 모은 단편소설집 「봄비 내리는 날」이 나왔다.

 단편집은 유영갑, 황경란, 박정윤, 이상실, 조혁신, 김경은, 홍명진, 최경주 등 여덟 명의 작품 8편을 통해 소년에서 노년에 이르는 인간의 욕망과 삶을 엮어냈다. 

 유영갑의 ‘봄비 내리는 날’은 탈북인 동수가 남한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연변에서 인신매매범에 의해 팔려간 동생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다. 

 황경란은 ‘소년은 알지 못했다’에서 아버지의 폭력을 증오하면서 차츰 닮아가는 소년의 성장기이자 아버지에게 복수할 그 날을 기다리는 소년의 기록을 담았다.

 1970년대 후반 철도관사를 배경으로 관사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박정윤의 ‘아미타 당신-1’도 있다. 이 소설은 밖에서 데려온 남자 형제의 존재를 통해 혈통, 어른들의 비밀, 죽음, 이라는 상처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꺼내 빛에 말려 조금씩 휘발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상실의 ‘학교에 온 삼대’는 남북한의 이념적 군사적 대립 상황에서 납치당한 인물의 행적이 서사의 중심이다. 귀환 후 억울한 옥살이를 하며 국가폭력을 당하고 민중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되지만 상호 이해와 연대로 극복하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벌레-지옥에 사는 사람들’에서 조혁신은 노가다라고 부르는 건설현장에서 밑바닥 삶을 사는 어느 노동자의 사랑과 욕망, 좌절감을 사실주의로 그려냈다. 김정은의 ‘나타나다’에서는 부모 세대의 차별과 희생으로 인한 불편함과 무심함이 다음 세대에 이어지면서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홍명진의 ‘마지막 산책’은 막내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생의 의미를 상실한 노부부의 인생 막판을 그렸다. 노년의 사회적 관계와 소통 부재, 죽음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최경주의 ‘산불’은 어느 노동자의 슬픈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소나기와 불과 연기가 엉킨 계곡에서 죽은 자를 위해 또한 살아남기를 위한 처절함을 담았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기욤 뮈소 / 밝은세상 / 1만4천800원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가 새로운 스릴러장르 소설로 돌아왔다. 저자가 한국에서 16번째로 출간하는 장편소설인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역대급 스토리와 악마적 반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 권의 소설로 일약 유명작가가 된 주인공 네이선 파울스는 절필을 선언하고, 야생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지중해의 진주 보몽 섬에서 칩거생활을 시작한다. 이야기는 네이선이 절필을 선언한 1998년부터 파리 7구 아파트에서 유명의사 알렉상드르 베르뇌유 일가족이 살해당한 2000년까지의 과거 이야기, 2018년 현재 보몽 섬의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된 작가 지망생 라파엘과 20년 전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기자 마틸드 몽네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전개된다.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과 섬에 칩거하는 작가의 비밀은 예측 불허한 반전으로 이어진다. 일단 책을 펼치면 어김없이 빠져들고, 도출되는 결론은 상상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소름 돋는 충격을 가한다. 

주인공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는 ‘작가의 삶’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이라는 책 제목처럼 이 작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촌철살인의 경구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남극점에서 본 우주
김준한·강재환 / 시공사 / 1만6천 원

이 책은 실험 천문학자들의 생생한 남극 탐험이자 흥미진진한 우주 관측기다. 남극점으로 가는 고된 방법부터 하루 한 번 인터넷 위성이 뜨고 지는 기지 생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과학 소식까지 궁금한 모든 정보를 담았다. 

1부에서는 연구자들의 남극점 생활이 그려진다. 남극점 ‘암흑 영역 실험실(Dark Sector Lab)’에서 분주히 진행되는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와 바이셉3(BICEP3) 망원경팀의 과학 이야기를 세세하게 알 수 있다.

2부에서는 EHT 프로젝트, 즉 지구 크기의 망원경으로 블랙홀을 사진에 담는 인류 최초의 도전이 차근차근 그려진다. 관측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나가는 실험 천문학자의 부단한 연구 과정을 읽으면 특별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또한 3부의 바이셉 팀은 빅뱅 직후 우주가 식으며 남겨놓은 열기, 우주배경복사를 연구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힌다. 특히 실내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자가 아닌, 남극에서 필요한 장비나 프로그램을 임기응변으로 만들어내고 망원경으로 관측까지 수행하는 실험 천문학자들의 실제 경험이 담겨 더욱 생동감 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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