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는 지난 11월 19일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 이후 나흘 만인 23일 오후 7시에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본사에서 본교섭을 재개하고, 이틀간의 협상으로 25일 오전 교섭을 타결했다. 철도 노사는 노조의 임금 4% 인상 등에 대한 내용에 의견을 모으고, 4조 2교대제에 따른 인력충원이나 고속철도(KTX-SRT) 통합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지속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전해졌다. 총파업이 끝나고 이제 운행은 정상화됐지만 파업기간 동안 출퇴근 시간에 전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으며 이런 일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의 발언이 주목되는데, 그는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세미나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현대차 노조가 30년 투쟁해 평균 연봉 9천만 원을 쟁취했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셈이다." "우리만 잘 먹고 잘 사는 임금인상 중심의 투쟁은 옳지 않다." 

제조업의 대표적인 대기업 노동조합에서 그것도 강성인 민주노총 핵심 조직에서 이런 자아성찰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노조 내부에서도 산업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 운동을 비판하는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수어지교(水魚之交)란 말이 있다.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란 뜻으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친(親)한 사이를 일컫는 데 회사와 노동자는 바로 ‘수어지교(水魚之交)’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지난 11월 수출이 전년 대비 14.3% 감소해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자동차, 기계, 유화, 석유제품 등 5대 주력 수출품이 모두 큰 폭 감소세를 기록했다. 제조업이 경쟁력 위기에 빠져 들며, 한국 경제의 주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발언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이 같은 자아성찰 자세는 자동차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모든 산업분야가 패러다임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어지교(水魚之交)의 관계인 회사와 노동자가 상생하기 위해 협력하고 손을 맞잡는 것만이 변화의 높은 파도에 침몰하지 않고 보다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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