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는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고 있다. 인천의 다른 곳에 비해 제법 비싼 아파트가 즐비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세계 최첨단산업이 집약된 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원도심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곳은 광활한 갯벌을 메워 육지화하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된 지역으로, 현역 국회의원 두 명이 재선을 놓고 치열한 격전을 예고하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연수구는 과거 단일 선거구로 비례대표로 선출됐던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가 내리 4선을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송도국제도시와 옥련1·동춘1·2동을 따로 떼 연수을 선거구를 신설했다. 분리된 선거구에서 치른 첫 번째 선거에서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선됐다. 당시 윤종기(현 도로교통공단 이사장)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한광원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표가 분산돼 민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 후보는 3만2천963표(44.35%)를 얻어 2만7천540표(37.05%)의 윤 후보와 1만3천810표(18.58%)를 얻은 한 후보를 제쳤다.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두 후보가 단일화했다면 민 후보를 1만 표 가까이 앞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민 의원은 송도고·연세대를 졸업했다. 지난 총선에서 제1공약으로 내세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최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통과돼 가벼운 마음으로 재선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KBS 기자로 활동한 민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대변인,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한국당 대변인 등을 지냈다.

 민 의원 측은 내년 총선에서도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에서 모두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표 분산에 따른 어부지리가 내년 총선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여기에 4년 내내 지역구를 꾸준히 관리한 부분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이미지가 너무 두터워 젊은 층 중심의 송도국제도시에서 친박 이미지를 벗고 홀로 서기를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정일영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연수을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공모에는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과 박소영 변호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총선 후보를 놓고 경선에서 다툴 가능성이 크다. 윤 이사장은 지역위원장에서 탈락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점을 앞세워 최근 송도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송도에 사무실을 둔 박 변호사 역시 총선 출마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일영 지역위원장이 이들의 공세에 맞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지가 본선을 앞둔 민주당 내 경선에서의 관전 포인트다. 

 정 위원장은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과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윤 이사장은 충북경찰청장, 인천경찰청 등을 지냈다. 박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분야 전문으로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 의원과 이 의원에 비해 민주당 후보군이 약체라는 평가가 있어 당 차원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은 이정미(비례)의원이 2년 전부터 송도에 사무실을 두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아파트 라돈 문제, 통학차량 안전사각 해소, GTX-B노선, 6·8공구 학교 신설, 공공어린이집 설립 추진 등 송도의 많은 현안을 다뤄 왔다. 이 의원은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됐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정의당 대변인 등을 지냈고 2017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당 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연수을 선거구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단일화 실패로 어부지리를 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일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명분 없는 단일화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정의당도 실력으로 승부할 계획이라는 입장으로 선을 긋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총선 출마했던 한광원 전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전 의원은 지역구를 관리하며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인천시의원, 2004년 국회의원, 대한민국 국기선양회 회장, 한국회계학회 이사, 인천상공회의소 세무상담역 등을 역임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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